Showing Posts From
팀원
- 03 Dec, 2025
팀원 10명과 함께 하는 아침 점심 시간의 의미
점심은 전략이다오전 회의가 끝나고 11시 45분. 슬랙에 메시지 하나 올린다. "점심 뭐 먹을까?" 답장은 3초 만에 온다. 김치찌개파, 중국집파, 샐러드파로 나뉜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다. 12시 정각. 10명 전부 회사 근처 식당으로 간다. 예외 없다. 시작은 어색했다 2년 전 이 회사 시작할 때. 첫 팀원은 5명이었다. "점심 같이 먹을래요?" 내가 먼저 물었다. 다들 "네" 했지만. 눈빛은 "왜요?" 였다. 그때 내 나이 40. 팀원들 평균 나이 28. 12살 차이다. 첫 점심은 고문이었다. 뭘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맛있죠?" 이런 말만 했다. 팀원들도 uncomfortable. 대표랑 밥 먹으니까. 편할 리 없지.근데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걸 안 하면 안 된다는 걸. 첫 번째 회사. 점심은 각자 알아서였다. 팀은 없었다. 개인만 있었다. 3년 만에 망했다. 두 번째 회사. 점심은 가끔만 같이. "바쁘면 각자 먹어요" 배려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코로나로 망할 때. 누구 하나 끝까지 안 남았다. 서로 몰랐으니까. 3주가 지나자 매일 먹으니까 달라졌다. 처음엔 업무 얘기. "오늘 회의 어땠어요?" "저 버그 고쳤어요" 2주차부터 사적인 얘기. "주말에 뭐 했어요?" "어제 넷플릭스에서요" 3주차엔 농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소리가 났다. 나도 편해졌다. "나 예전에 망했을 때" 이런 얘기를 꺼냈다. 반응이 의외였다. "대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걱정했던 거. '이 형 두 번 망했는데' 그런 눈빛 없었다. 오히려 관심이었다. 실패 경험이 자산이 됐다. 그때 깨달았다. 숨기려 할수록 불신. 오픈할수록 신뢰. 점심의 규칙들몇 가지 원칙이 생겼다. 시행착오 끝에. 1. 업무 얘기 금지는 아니다 금지하면 어색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업무로 시작해서 사담으로 끝나면 된다. 2. 대표가 먼저 주문한다 가격 기준을 내가 정한다. 12000원짜리 먹으면. 팀원들도 그 정도 먹는다. 예전에 샐러드 먹었더니. 다들 샐러드 시켰다. 미안했다. 지금은 제일 비싼 거 먹는다. "살 빼려고요" 하면서. 팀원들 웃는다. 3. 자리는 매번 바꾼다 고정되면 파벌 생긴다. "저 옆에 앉을래요?" 이런 말 없다. 먼저 앉은 사람 옆에 그냥 앉는다. 4. 강제는 없다 개인 일정 있으면 괜찮다. "오늘 치과 가요" "그래 다녀와" 근데 신기한 건. 강제 안 하니까 다 온다. 일주일에 5일 중 4.5일은 풀참. 5. 대표가 제일 늦게 일어난다 먼저 일어나면 눈치 본다. "대표님 바쁘신가?" 끝까지 앉아 있는다. 보통 1시간. 12시부터 1시까지. 회사 문화라는 거 팀원들끼리 말이 생겼다. "점심 뭐 먹지?" 채널. 내가 안 봐도 대화한다. "오늘은 내가 정할게요" "어제 김치찌개였잖아" "중국집은 어제 먹었어요" 투표도 한다. 이모티콘으로. 김치찌개 🍲 5표. 중국집 🍜 3표. 샐러드 🥗 2표. 결정은 다수결. 민주적이다. 근데 중요한 건. 이게 점심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 업무 회의 때도. "투표할까요?" 자연스럽게 나온다. 의견 충돌 있을 때. "대표님 의견이요?" 묻기 전에 서로 먼저 듣는다. 점심 때 배운 거다. 듣는 법. 다른 사람 의견 존중하는 법. 그날의 대화 작년 11월이었다. 시리즈A 투자 받기 직전. 긴장했다. 30억 유치 건. 우리 회사 미래가 걸렸다. 점심 먹으면서. 내가 먼저 꺼냈다. "다음 주 최종 미팅인데" "떨어지면 어쩌지" 막내 개발자가 말했다. "그럼 또 하면 되죠" "또?" "대표님 두 번 망하고도 여기 계시잖아요" 웃었다. "고맙다" 디자이너가 거들었다. "저희도 이력서에 한 줄 더 쓰면 되고요" "여기서 배운 거 많아요" 그때 깨달았다. 이 팀은 다르다는 걸. 예전 회사들은. 실패가 나만의 문제였다. 팀원들은 구경꾼이었다. 지금은. 실패도 성공도 우리 거다. 매일 점심 먹으면서 만든 '우리'. 결과는. 30억 유치 성공. 그날 저녁 회식했다. 삼겹살집에서. "점심은 매일 먹었으니까" "저녁은 오랜만이네요" 다들 웃었다. 오늘 점심 오늘은 목요일. 11시 45분. 슬랙 메시지 올렸다. "점심 뭐 먹을까?" 답장 3초. 오늘은 돈까스가 이겼다. 12시 정각. 10명 전부 나갔다. 신입 마케터가 물었다. "대표님 첫 회사 때는요?" "어떻게 망했어요?" 다른 팀원들 눈빛. '또 시작이네' 나는 얘기했다. 그때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팀이 무너졌는지. 다들 들었다. 진지하게. 그러다 누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안 망하겠네요?" "왜?" "매일 점심 먹잖아요" 맞다. 매일 점심 먹는다. 숫자로 보는 점심 60분 × 5일 = 300분. 한 주에 5시간. 한 달이면 20시간. 1년이면 240시간. 이 시간에 뭘 했나. 먹고. 웃고. 듣고. 말하고. 가끔 고민도 나눴다. "요즘 힘들어요" "저도요" 가끔 자랑도 했다. "어제 데이트했어요" "오 어디?" 업무보다 중요한 걸 배웠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 240시간. 팀 빌딩 워크샵 100번 분량이다. 근데 워크샵은 어색하다. 점심은 자연스럽다. 이 형 두 번 망했는데 여전히 생각한다. '팀원들이 날 어떻게 볼까' 42살. 두 번 실패. 세 번째 도전. 객관적으로 보면. 리스크다. 근데 점심 먹을 때. 그런 생각 안 든다. 누가 물어본다.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42" "오 많으시네요" 농담 섞어서. "많지 그래서 경험이 많지" 나도 농담으로. 다들 웃는다. 나이도. 실패도. 약점이 아니다. 매일 점심 먹으면서. 약점을 오픈했더니. 무기가 됐다. 신뢰라는 무기. 내일 점심 내일은 금요일. 11시 45분에 또 물을 거다. "점심 뭐 먹을까?" 답은 모른다. 김치찌개일 수도. 중국집일 수도. 중요한 건. 10명이 함께 먹는다는 것. 매일. 예외 없이. 이게 우리 회사 문화다. 워크샵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고. 그냥 점심. 근데 이 점심이. 30억 투자받게 했다.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두 번 망한 대표를. 믿게 만들었다.점심은 전략이다. 매일 반복되는 1시간. 그게 회사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