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Dec, 2025
투자자 미팅 저녁에 마주친 자신의 모습
5시 반 알림 투자자 저녁 약속. 6시 반 청담동. 출발 시간 계산했다. 1시간 전에 알림 설정해뒀다. 벌써 세 번째 확인이다. 예전엔 이런 자리가 설렜다. 돈 받을 생각에. 지금은 다르다. 돈 받은 후가 더 무겁다. 매출 보고서 파일 열었다. 다시 확인. 1.5억. 지난달보다 5% 증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충분한가.거울 속 42세 화장실 거울 봤다. 셔츠 매만졌다. 넥타이는 안 맨다. 너무 격식 차리는 것 같아서. 턱선이 예전 같지 않다. 피곤해 보인다. "이번엔 다르다" 거울 속 나한테 말했다. 첫 번째 때도 그랬다. 투자자 앞에서 자신만만했다. 3년 후 사과 전화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때는 더 조심했다. 그래도 망했다. 이번엔 정말 다른가. 아니면 또 착각인가. 세수했다. 찬물로. 차 안 30분 택시 탔다. 운전 집중 안 된다. PPT 다시 봤다. 핸드폰으로. MAU 12만. 지난 분기 대비 20% 증가. 재구매율 35%. 업계 평균 28%. 번아웃율 8%. 목표는 5% 이하.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근데 해석은 거짓말할 수 있다. "성장세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 느립니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투자자는 김 대표다. 50대 중반. 세 개 펀드 운영. 나한테 7억 넣었다. 두 번 망한 거 다 안다. 그래도 투자했다. "장 대표님 끈기를 봅니다" 그때 그 말 기억난다. 끈기. 좋은 말이다. 근데 고집이랑 뭐가 다른가.레스토랑 로비 15분 일찍 도착했다. 일부러 그랬다. 먼저 와서 마음 정리하는 게 좋다. 로비 소파에 앉았다. 주변 봤다. 다들 비슷하다. 정장. 노트북. 진지한 표정. 옆 테이블 대화 들렸다. "시리즈B 목표는 100억입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자신감 넘친다. 부럽다. 저 자신감. 나도 저랬다. 32살 때. 지금은 다르다. 실패가 뭔지 안다. 팀원들한테 미안하다는 게 뭔지 안다. 투자금 날리는 게 뭔지 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워서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렵다. 김 대표 입장했다. 일어섰다. 악수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사교적 대화 3분. 본론으로 들어갔다. 숫자 위의 이야기 "현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태블릿 켰다. 자료 보여줬다. 매출. MAU. 재구매율. 번아웃율. 김 대표가 고개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요" 나쁘지 않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잠깐 멈췄다. "목표보다는 느립니다" 김 대표 표정 봤다. 변화 없다. "어느 부분이 병목인가요?" "마케팅 CAC가 예상보다 높습니다. 20% 정도" 숫자 정확히 말했다. 얼버무리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달랐다. "곧 해결됩니다" 라고 했을 것이다. "다음 달엔 좋아질 겁니다" 라고 했을 것이다. 두 번 망하고 배웠다. 투자자한테 거짓말은 단기 해법이다. 결국 들킨다. 그때 신뢰가 다 무너진다. "해결 방안은요?"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중 줄이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 강화 중입니다. 3개월 안에 CAC 15% 낮출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했다. 기한도 명확히. 김 대표가 물었다. "확신하시나요?" 정직하게 답했다. "70% 확신합니다. 나머지 30%는 시장 변수입니다" 100% 확신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근데 그건 거짓이다. 김 대표가 웃었다. "그 솔직함이 좋습니다"식사 중간 스테이크 나왔다. 먹으면서도 대화 계속됐다. 김 대표가 물었다. "힘드시죠?" 갑자기 사적인 질문이었다. "힘듭니다" 솔직히 답했다. "두 번 실패했으니까요. 이번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큽니다" "그 압박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 대표 말이다. "압니다" 고개 끄덕였다. "그래서 주말 하루는 완전히 쉽니다. 안 그러면 못 버팁니다" 김 대표가 고개 끄덕였다. "제가 투자한 이유 아세요?" 고개 저었다. "장 대표님은 실패를 배움으로 바꿨습니다. 그게 보였어요" 가슴이 뜨거웠다. 눈시울이 좀 뜨거웠다. 티 안 나게 물 마셨다. 디저트 시간 커피 나왔다. 분위기가 편해졌다. 김 대표가 말했다. "다음 투자 유치 생각하시죠?" "시리즈B요?" "네. 언제쯤 생각하세요?" "1년 후입니다. 흑자 전환 후에요" 명확히 답했다. "목표 금액은?" "60억 정도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물었다. "그때도 제가 리드할 수 있을까요?" 고마운 말이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악수했다. 이번엔 더 따뜻했다. 귀가길 택시 9시 반. 집으로 가는 길. 미팅 복기했다. 잘했다. 솔직했다. 숫자 정확했다. 과장 안 했다. 불안 숨기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달랐다. "다 잘 됩니다" 라고 했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 번 망했다. 이번엔 다르다. 불안해도 말한다. "70% 확신합니다" 느려도 인정한다. "목표보다 느립니다" 그게 42세 창업가의 방식이다. 두 번 망한 사람의 방식이다. 더 솔직해졌다. 덜 거만해졌다. 더 현실적이 됐다. 그게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믿는다. 집 앞 현관문 열었다. 아내가 물었다. "어땠어?" "괜찮았어" 신발 벗으며 답했다. "솔직하게 말했어. 다 좋아하시더라" "잘했네" 아내가 웃었다. 소파에 앉았다. 피곤했다. 핸드폰 봤다. 김 대표한테 문자 왔다. "오늘 좋았습니다. 장 대표님 응원합니다" 답장 보냈다.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핸드폰 내려놨다. 거울 봤다. 거실 벽에 걸린. 42세 내가 보였다. 두 번 망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불안하다. 두렵다. 그래도 간다. 이번엔 솔직하게. 이번엔 현실적으로. 그게 내가 배운 전부다.투자자 앞에서 100% 확신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70%라고 했다. 그게 진짜 확신이다.
- 04 Dec, 2025
저녁 8시 퇴근, 과거의 나는 밤 12시까지 일했다
저녁 8시 퇴근, 과거의 나는 밤 12시까지 일했다 오늘도 8시에 나왔다 8시 05분. 사무실 불 끈다. 팀원들은 이미 다 갔다. 6시 반에 먼저 가라고 했다. 막내가 미안해하길래 "빨리 가"라고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핸드폰 본다. 밀린 메시지 확인. 투자사 이사님 메시지. "내일 점심 괜찮으세요?" 괜찮다고 답장. 1층 로비 나서니 서늘하다. 11월이다. 패딩 입을 때가 됐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예전엔 이 시간에 저녁 먹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갔다. 12시까지. 어떤 날은 새벽 2시. 지금은 8시면 끝이다. 집에 간다. 아내가 기다린다.첫 번째 실패, 몸이 알려줬다 2012년. 스물아홉. 첫 창업. 매일 밤 12시까지 일했다. 자랑이었다. "나 어제 3시에 잤어." 동료들이랑 경쟁했다. 누가 더 안 자나. 소셜커머스였다. 쿠팡 따라잡겠다고 했다. 웃긴다. 지금 생각하면. 직원 5명. 다들 20대. 체력 좋았다. 나도 좋았다. 하루 4시간 자도 괜찮았다. 2년차 되니 몸이 이상했다. 어지러웠다. 계단 오르면 숨 찼다. 병원 갔다. "과로입니다. 쉬세요." 안 쉬었다. 못 쉬었다.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내가 없으면 망한다고 믿었다. 3년차. 회사 망했다. 투자 못 받았다. 시장이 포화됐다. 경쟁사가 너무 컸다. 망하던 날 밤. 혼자 사무실에 남았다. 3시까지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앉아 있었다. 집에 가니 아내(그때는 아내였다)가 자고 있었다. 옆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숨이 안 쉬어졌다. 응급실 갔다. 공황장애였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몸이 신호를 보냈다는 걸. 안 깨달았다.두 번째 실패, 마음이 알려줬다 2017년. 서른여섯. 재기. 이혼하고 2년 뒤였다. 다시 시작했다. O2O 서비스. 배달 관련이었다. 이번엔 다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찍 퇴근하겠다고. 10시에는 나가겠다고. 못 지켰다. 또 12시까지 일했다. 습관이었다. 내가 더 해야 성공한다고 믿었다. 직원들도 늦게까지 있었다. 내가 있으니까. 먼저 가기 미안해했다. 나도 "먼저 가"라고 안 했다. 분위기가 험악했다. 다들 피곤했다. 회의 때 짜증 났다. 사소한 것으로 싸웠다. 투자사에서 연락 왔다. "팀 분위기가 안 좋다는데요?" CFO가 퇴사 의사 밝혔다는 얘기였다. 놀랐다. CFO랑 얘기했다. "왜요?" 물었다. "대표님, 전 9시에 가고 싶어요. 근데 대표님이 계시면 못 가요." 충격이었다. 나 때문이었다. 그 후로 바꾸려고 했다. 9시에 퇴근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주일 지켰다. 그다음 주에 또 늦게까지 있었다. 고쳐지지 않았다. 2019년. 코로나 왔다. 회사 망했다. 이번엔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근데 망할 때쯤엔 팀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들 떠났다. 나 혼자였다. 병원 또 갔다. 우울증이었다. 약 먹었다. 6개월. 그때 깨달았다. 오래 일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것.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세 번째 창업, 규칙을 정했다 2021년. 마흔. 다시 시작했다. 헬스케어 앱.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첫날 팀원들한테 말했다. "8시에 퇴근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예외 없습니다." 다들 놀랐다. "진짜요?" 물었다. "진짜"라고 했다. 규칙 정했다. 8시면 불 끈다. 주말엔 카톡 안 한다. 급한 일은 전화한다. 휴가는 꼭 쓴다.처음엔 불안했다. 경쟁사는 밤늦게까지 일한다는 얘기 들었다. 우리는 뒤처지는 거 아닌가. 망하는 거 아닌가. 참았다. 규칙 지켰다. 8시에 퇴근했다. 3개월 지나니 달라졌다. 팀 분위기가 좋았다. 회의 때 웃었다.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6개월 뒤 시리즈A 투자 받았다. 30억. 투자사 대표가 물었다. "비결이 뭐예요?" "8시에 퇴근합니다"라고 했다. 웃으면서 "농담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진짜였다. 팀이 건강해야 회사가 산다. 나 혼자 밤새워봤자 소용없다. 10명이 8시간씩 집중하는 게, 1명이 16시간 하는 것보다 낫다. 8시 퇴근이 주는 것들 요즘 루틴이 있다. 8시 5분. 사무실 나온다. 걸어서 집에 간다. 30분 걸린다. 그 시간이 좋다. 하루를 정리한다. 8시 40분. 집 도착. 아내가 저녁 준비해뒀다. 같이 먹는다. TV 본다. 넷플릭스. 요즘은 일본 드라마. 10시. 책 읽는다. 경영서 아니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다시 읽는 중. 11시. 잔다. 6시간 자려면 5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주말엔 일 안 한다. 토요일은 아내랑 시간 보낸다. 영화 보거나 전시 간다. 일요일은 혼자 시간. 운동하고 산책한다. 한 달에 한 번 전처 사이 아들 만난다. 저번 주에 만났다. 중학교 2학년. 키가 나보다 크다. 밥 먹으면서 얘기했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아빠 요즘 일찍 들어가?" 물었다. "응, 8시에"라고 했다. "좋겠다"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몰랐다. 집에 와서 생각했다. 좋다는 게 뭘까. 아마 예전 내가 새벽에 들어가던 걸 기억하나 보다. 맞다. 좋다. 8시 퇴근은 좋다. 나약함이 아니라 선택이다 창업가 모임 간다. 한 달에 한 번. 후배들이 많다. 저번 달에 한 후배가 물었다. 스물여섯. 첫 창업 1년차. "형, 저 요즘 새벽 3시까지 일하는데, 이게 맞나요?" "안 맞다"고 했다. "근데 경쟁사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경쟁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3년, 5년, 10년 가야 한다. 새벽 3시까지 하면 1년 못 간다." "형도 예전엔 그렇게 하셨잖아요?" "그래서 두 번 망했다." 조용해졌다. 다들 나를 봤다. "나 두 번 망했다. 첫 번째는 몸이 망가졌다. 두 번째는 팀이 무너졌다. 세 번째는 다르게 한다. 8시에 퇴근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다." "그럼 일이 덜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다. 오히려 더 된다. 집중력이 다르다. 8시간을 100%로 쓰는 게, 16시간을 50%로 쓰는 것보다 낫다." 다들 고개 끄덕였다. 근데 안 믿는 눈빛이었다. 알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경험해봐야 안다. 가끔 후배들이 연락한다. "형, 조언대로 했어요. 8시에 퇴근했어요. 근데 불안해요." "불안한 게 정상이다. 나도 아직 가끔 불안하다. 참아라. 3개월만." 3개월 지나면 바뀐다. 몸이 회복된다. 마음이 편해진다. 팀이 건강해진다. 나약함이 아니다. 선택이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다. 오늘 밤 11시, 나는 잔다 지금 밤 10시 40분. 이 글 쓰고 있다. 11시에 자려고. 예전 같으면 지금 사무실이다. 혼자 남아서 일한다. 내일 회의 자료 만들고, 경쟁사 앱 분석하고, 투자사 보고서 쓴다. 지금은 집이다. 침대에 누워 있다. 아내는 옆에서 책 읽는다. 고양이(아내가 키우는)는 발치에서 잔다. 평화롭다. 회사는 돌아간다. 내가 없어도. 팀원들이 잘한다. 나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 내가 다 할 필요 없다. 내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운동한다. 8시에 출근한다. 하루 일한다. 8시에 퇴근한다. 이게 내 삶이다. 마흔둘의 삶이다. 두 번 망하고 배운 삶이다. 후회 없다. 이번엔 다르다. 오래 갈 수 있다. 그게 성공이다.8시 퇴근은 사치가 아니다. 생존이다.
- 03 Dec, 2025
첫 번째 창업 실패 후 이혼까지, 그 시절을 돌아보며
첫 번째 창업 실패 후 이혼까지, 그 시절을 돌아보며 32살, 모든 게 무너지던 날 2015년 3월. 소셜커머스 법인 청산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32살이었다. 3년 반 달렸다. 남은 건 2억 빚이었다. 집에 들어갔다. 아내가 안 보였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엄마는?" 친정에 갔다더라. 언제 올지 모른다고. 4살 아들이 말했다. 그날 밤 라면 끓였다. 아들이랑 둘이 먹었다. TV 소리만 들렸다. 전처한테 미안하다. 지금도.회사가 망하면 결혼도 망한다는 착각 창업하면서 아내한테 말했다. "3년만. 3년만 견디면 돼." 거짓말이었다. 나도 몰랐다. 3년이 얼마나 긴지. 첫해는 주 7일 일했다. 아들 돌 때 회사 있었다. 사진으로 봤다. 둘째 해는 더 심했다. 명절에 투자 미팅 잡았다. 시댁 안 갔다. 셋째 해는 사투였다. 매출은 안 나오고, 직원 월급은 밀리고. 아내한테 말했다. "조금만 더. 곧 턴어라운드 온다." 또 거짓말이었다. 턴은 안 왔다. 추락만 있었다. 되돌아보면 명확하다. 회사가 망해서 이혼한 게 아니다. 내가 남편이길 포기했다. 아빠이길 포기했다. 그래서 망했다. 창업가 코스프레했다. '가족보다 회사가 중요'한 척. 실제론 둘 다 못 지켰다. 회사도 망했고, 가족도 잃었다.이혼 조정 신청서에 쓰인 이유들 "배우자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유대감 상실" "양육 분담 불균형" 법원 조정위원이 물었다. "합의 이혼입니까?" 그렇다고 했다. 아내도 그렇다고 했다. 싸우지 않았다. 그게 더 슬펐다. 싸울 만큼 서로한테 관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양육권은 아내. 면접교섭권은 나. 한 달에 두 번. 위자료 3000만원. 빚쟁이한테 3000만원이 어디 있나. 분할로 갚기로 했다. 지금도 갚고 있다. 2년 남았다. 아들한테 뭐라 설명했는지 기억 안 난다. "아빠는 다른 집에 살아. 대신 자주 만나."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아들이 울었다. 나도 울었다. 빌라 반지하 구했다. 보증금 500만원짜리. 짐은 캐리어 하나였다. 옷하고 노트북. 32살에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아니, 그보다 뒤였다. 혼자 사는 법을 다시 배우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반. 취업했다. IT 스타트업 PM. 연봉 4500만원. 창업가가 직장인 되니까 이상했다. 퇴근이 있었다. 저녁 7시에 집 갔다. 할 게 없었다. TV 켰다. 채널 돌렸다. 껐다. 치킨 시켰다. 혼자 다 못 먹었다. 반 남았다. 주말이 제일 길었다. 토요일 오전 11시에 눈 떴다. 일요일 저녁 6시까지 뭐 했는지 기억 안 난다. 아들은 한 달에 두 번 만났다. 놀이공원 갔다. 영화 봤다. "아빠 언제 집 와?" 몰라. 언제 오냐고 하더라. 대답 못 했다. 전처한테 문자 왔다. "양육비 이번 달 못 보내?" 50만원. 월급날 바로 보냈다. 사과했다. 미안하다는 말 많이 했다. 그것밖에 못 했다.두 번째 창업, 그리고 지금의 아내 2017년 만났다. 친구 소개. 프리랜서 작가. 34살. 결혼 안 해봤다. 첫 만남에서 말했다. "나 이혼했어. 애 있고. 빚도 있어." "알아." 그녀가 웃었다. "친구한테 다 들었어." 두 번째 만남에서도 말했다. "또 창업하려고. O2O 서비스."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지." 솔직했다. 이번엔 거짓말 안 하기로 했다. 3개월 만났다. 청혼했다. "결혼하자. 근데 조건 있어." 그녀가 물었다. "뭔데?" "첫째, 회사 일 너한테 하소연 안 할게. 둘째, 주말은 무조건 너랑 보낼게. 셋째, 저녁 9시 넘으면 집 올게. 못 오면 미리 말할게." "넷째는?" "애는... 당분간 안 만들자. 내가 준비 안 됐어." 그녀가 고민했다. 2주 생각한다고 했다. OK 했다. 2018년 봄에 결혼했다. 왜 이번엔 다를 수 있었나 약속 지켰다. 대부분. 저녁 9시 퇴근 못 지킨 날도 있었다. 그래도 80%는 지켰다. 주말은 100% 지켰다. 투자자가 만나자고 해도 "주말은 안 돼요"라고 했다. 회사 얘기는 안 했다. 힘들어도 안 했다. 대신 그녀 얘기 들었다. 작업실 계약 문제, 클라이언트 고민. 처음엔 어색했다. 내 얘기만 하던 버릇이 있었다. 고쳤다. 들었다. 조언하려 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그게 다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이거다. 결혼이 회사 성공의 도구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전처한테는 회사 성공하면 다 보상해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참아. 나중에 잘되면 다 갚을게." 미친 생각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이 무슨 의미냐. 지금 아내한테는 지금 최선을 다한다. 회사 잘되든 망하든, 오늘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는다. 그게 전부다. 그게 다다. 전처와 아들, 그리고 죄책감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예전엔 두 번이었다. 중학생 됐다. 만나기 싫어한다.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다고. 억지로 안 만난다. "아빠 만나기 싫으면 문자해. 괜찮아." 가끔 문자 온다. "이번 주는 학원 있어요." OK 한다. "알았어. 다음 달에 보자." 서운하냐고? 당연히 서운하다. 근데 내가 뭘 바라겠나. 4살 때 집 나온 아빠인데. 전처는 재혼했다. 2년 전에. 중소기업 부장이라던가. 아들이 말했다. "새 아빠 괜찮아." "그래? 잘됐다." "우리 아빠보다 집에 일찍 와." 칼이었다. 그냥 웃었다. "그렇구나. 좋겠다." 죄책감은 평생 갈 것 같다. 익숙해졌다. 가끔 아들 사진 본다. 전처 SNS에 올라온 거. 키 컸다. 나보다 크다. 얼굴은 나 닮았다. 행복해 보인다. 그거면 됐다. 내가 없는 가정이 더 행복하다면, 그게 맞는 거다. 이혼이 가르쳐준 것들 첫째, 회사는 핑계다. '회사 때문에'라고 말하는 순간, 선택한 거다. 회사를 선택하고, 가족을 포기한 거다. 솔직해져야 한다. "나는 회사가 더 중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거짓말이 나쁜 거다. 둘째, 균형이란 건 없다. 워라밸이라는 말 싫어한다. 밸런스 같은 건 없다. 매 순간 선택할 뿐이다. 오늘은 회사, 내일은 가족. 중요한 건 비율이다. 8:2는 망한다. 6:4 정도는 돼야 한다. 나는 지금 6:4 유지한다. 회사 6, 가족 4.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버틸 만하다. 셋째, 성공은 변명이 안 된다. '나중에 성공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안 된다. 지금 망가진 관계는 나중에도 망가져 있다. 지금 안 만나는 아들은 나중에도 안 만난다. 지금 외로운 배우자는 나중엔 떠나 있다. 성공해도 혼자다. 실패하면 더 혼자다. 넷째, 사과론 안 된다. 미안하다고 100번 말해도 소용없다.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시간을 내야 한다. 존재해야 한다. 나는 전처한테 1000번 사과했다. 의미 없었다. 집에 안 들어갔는데 무슨 사과냐. 지금 아내한테는 사과 안 한다. 대신 집에 온다. 그게 사과다. 다섯째,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망해도 된다. 이혼해도 산다. 32살에 캐리어 하나 들고 반지하 들어갔다. 42살에 세 번째 창업하고, 재혼했고, 시리즈A 받았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기회는 또 온다. 단, 배워야 한다. 같은 실수 반복하면 안 된다. 나는 배웠다. 비싸게 배웠다. 그래도 배웠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제 저녁 8시 반에 집 갔다. 아내가 파스타 만들었다. 맛있었다. "회사는?" "글쎄. 그냥 그래." 더 말 안 했다. 그녀도 더 안 물었다. 밥 먹고 넷플릭스 봤다. 코미디 뭐였는지 기억 안 난다. 11시에 잤다. 평범한 하루다. 10년 전엔 꿈도 못 꿨던 하루. 이번 회사는 잘될 것 같다. 시리즈B도 얘기 나온다. 근데 잘 안 되면? 또 망하면? 괜찮다. 이번엔 혼자 망하진 않는다. 옆에 사람 있다. 그게 다르다. 전처한테 미안하다. 아들한테 미안하다. 평생 미안할 거다. 그래도 산다. 다시 시작한다. 조금 나은 사람으로. 42살이다. 늦지 않았다. 늦었어도 상관없다. 오늘 저녁엔 집에 간다. 그거면 됐다.회사 성공보다 집에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32살엔 몰랐다.
- 03 Dec, 2025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마지막 창업을 지탱하는 이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마지막 창업을 지탱하는 이유 알람은 5시 59분 알람이 울린다. 6시.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끈다. 일어난다. 생각하면 못 일어난다. 화장실 가서 세수한다. 거울 속 내 얼굴. 42살. "오늘도 간다."창밖은 아직 어둡다. 서울 하늘이 조금씩 밝아진다. 이 시간이 좋다. 세상이 조용하다. 10년 전엔 이 시간에 잤다. 첫 번째 창업 때. 밤 11시부터 일한다고 했다. "밤에 집중된다"고. 망했다. 운동복 입는 순간 운동복을 입는다. 생각 없이. 루틴이니까. 처음엔 힘들었다. 두 번째 창업 망하고 나서. 재기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체력이 자본이다." 누가 했던 말. 맞다.아내가 뒤척인다.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문 닫고 나간다. 엘리베이터에서 핸드폰 본다. 메시지 3개. 새벽에 온 거다. "나중에 봐야지." 새벽엔 안 본다. 규칙이다. 헬스장 러닝머신 헬스장 도착. 6시 15분. 여기도 사람 있다. 다들 뭔가 지키는 사람들이다. 러닝머신 올라간다. 속도 8. 천천히 시작. 30분 뛴다. 매일.뛰면서 생각한다. 오늘 할 일. 어제 못한 것. 근데 깊게는 안 생각한다. 그냥 뛴다. 숨 쉬고. 땀 흘리고. 몸이 깨어나는 느낌. 20대 때는 몰랐다. 운동이 이렇게 중요한지. 30대에 알았으면 좋았을걸. 첫 창업 망하고. 이혼하고. 그때 내 몸 상태 최악이었다. 84킬로였다. 지금은 72. 허리 통증 있었다. 지금은 없다. 잠 못 잤다. 지금은 잔다. 웨이트 20분 러닝 끝나고 웨이트. 무겁게 안 한다. 다칠까 봐. 42살이다. 회복 속도가 다르다. 이것도 배운 거다. PT 받는다. 월 40만 원. 비싸다. 근데 필요하다. 트레이너가 말한다. "대표님, 자세 흐트러져요." "집중하세요." "20대 아니시잖아요." 맞다. 20대 아니다. 그래서 더 해야 한다. 안 하면 망가진다. 팀원들 보면 안다. 26살 개발자. 밤새 코딩한다. 다음 날 멀쩡하다. 나는 못 한다. 밤새면 3일 간다. 그래서 아침이다. 사워하고 집에 7시 10분. 운동 끝. 샤워한다. 찬물로 마무리. 정신이 확 든다. 집 도착. 7시 30분. 아내가 커피 내린다. "갔다 왔어?" "응." 간단하게 대화한다. 길게 말 안 한다. 아침엔. 서로 알고 있다. 토스트 두 개. 계란 스크램블. 단백질 쉐이크 한 잔. 10분 안에 먹는다. 아내가 묻는다. "오늘 저녁은?" "미팅 있어. 9시쯤." "알았어." 고맙다. 전처는 이해 못 했다. "왜 이렇게 사냐"고 했다. 지금 아내는 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말 안 해도 안다. 출근길 지하철 8시 출근. 일찍 가는 편이다. 팀원들은 10시. 지하철 탄다. 차 있다. 안 몬다. 운전하면 스트레스다. 지하철에서 뉴스 본다. 업계 소식. 경쟁사 동향. 30분이면 다 본다. 가끔 옛날 생각한다. 첫 창업 때. 새벽 3시에 퇴근했다. "밤샘이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수면은 사치"라고 했다. 멍청했다. 두 번째 창업 때도.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무리했다. 코로나 오고. 망하고.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불면증 6개월. 공황 발작 3번.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그때 배웠다. 건강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이번엔 다르게 한다. 사무실 도착 8시 30분. 사무실 도착. 텅 비었다. 좋다. 이 시간이. 커피 내린다. 두 번째. 자리 앉는다. 오늘 할 일 정리한다. 머리가 맑다. 운동하고 나면 이렇다. 결정이 명확하다. 투자자 미팅 자료. 9시까지 끝내야 한다. 집중한다. 팀원들 오기 전에. 중요한 일 끝낸다. 이것도 배운 거다. 오후엔 미팅 많다. 결재 많다. 집중 안 된다. 그래서 아침이다. 6시에 일어나는 이유. 이 두 시간 때문이다. 팀원들 출근 10시. 팀원들 온다. "대표님 일찍 오셨네요." 매일 듣는 말이다. "응. 아침 사람이라." 가볍게 답한다. 다들 안다. 내가 두 번 망했다는 거. 창업 커뮤니티 좁다. "장연쇄 대표, 세 번째래." 처음엔 신경 쓰였다. "또 실패하면?" "42살에 세 번째?" 지금은 괜찮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준비됐다. 체력이 다르다. 마인드가 다르다. 루틴이 있다. 점심 회의 12시 30분. 점심. 팀원들이랑 먹는다. 회의 겸. 근처 식당. 제육볶음. "대표님은 항상 같은 메뉴시네요." "응. 편해서." 메뉴 고르는 것도 에너지다. 중요한 결정에 쓴다. 이것도 루틴이다. 식사하면서 얘기한다. 개발 진행 상황. 마케팅 지표. 다음 달 목표. 2시까지 먹는다. 길게 안 먹는다. 오후가 길다. 오후 미팅들 오후는 미팅 연속이다. 투자자. 파트너사. 고객. 3시부터 7시까지. 집중력 떨어진다. 당연하다. 오후니까. 근데 버틴다. 아침에 운동했으니까. 아침에 중요한 거 끝냈으니까. 여유가 있다. 예전 같으면. 오후에 짜증 났다. 피곤해서. 지금은 안 그렇다. 루틴이 받쳐 준다. 하루가 안정적이다. 저녁 8시 퇴근한다. 8시. 예전엔 12시였다. 지금은 8시. "일찍 가시네요." 팀원이 말한다. "응. 내일 또 보자." 죄책감 없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14시간 일했다. 충분하다. 집 가는 길. 편의점 들른다. 단백질 바 산다. 집 도착. 9시. 아내랑 차 마신다.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한다. "피곤하지?" "괜찮아. 아침에 운동해서." "그래도 쉬어." "응." 11시 취침 11시. 잔다. 일찍 자는 편이다. 팀원들은 새벽 2시에 잔다. 예전엔 나도 그랬다. "밤에 아이디어 나온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냥 습관이었다. 지금은 안다. 수면이 제일 중요하다. 7시간 자야 한다. 안 자면 다음 날 망한다. 결정 못 내린다. 짜증 난다. 팀한테 나쁜 영향 준다. 그러면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침대 누우면 바로 잔다. 불면증 없다. 이제. 운동하니까. 이렇게 2년 이 루틴 시작한 지 2년. 세 번째 창업 시작하면서. "이번엔 다르게"라고 했다. 처음 3개월 힘들었다. 6시 일어나기 지옥이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근데 버텼다. 3개월 지나니 몸이 적응했다. 6개월 지나니 당연해졌다. 1년 지나니. "이거 없으면 못 살겠다" 싶었다. 2년 된 지금. 생존 본능이다. 회사 상황 좋다. 시리즈A 받았다. 30억. 월 매출 1.5억. 흑자 전환 눈앞이다. 이유가 뭘까. 운이 좋아서? 아이템이 좋아서? 반은 맞다. 근데 반은 이거다. 루틴. 체력이 자본이라는 말 "체력이 자본이다." 이제 안다. 무슨 뜻인지. 20대 때는 몰랐다. 30대 때도 무시했다. 42살에 알았다. 체력 있으면. 결정 빠르다. 실행 빠르다. 버티는 힘 있다. 체력 없으면. 우울해진다. 짜증 난다. 포기하고 싶다. 창업은 마라톤이다. 단거리가 아니다. 3년 5년 10년 간다. 그거 버티려면. 체력이다. 정신력만으론 안 된다. 멘토링에서 말하는 것 가끔 후배들 멘토링한다. 20대 창업가들. 다들 밤샌다. "선배님, 저 3일 안 잤어요." 자랑처럼 말한다. 예전의 나다. 말해준다. "그러지 마. 망한다." "체력 관리해. 루틴 만들어." 안 듣는다. 대부분. "전 괜찮아요." "아직 젊어서요." 웃는다. "나도 그랬어." 더 말 안 한다. 경험해야 안다. 몸 망가져 봐야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침 6시의 의미 아침 6시. 그냥 시간이 아니다. 선택이다. "오늘도 한다"는 선택. "포기 안 한다"는 선택. "버틴다"는 선택. 알람 끄고 일어나는 순간. 이미 이긴 거다. 하루의 첫 승리다. 운동하는 1시간. 돈 안 된다. 매출 안 올라간다. 투자 안 들어온다. 근데 제일 중요하다. 이게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이게 받쳐 주면 다 버틴다. 마지막 창업이라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42살. 네 번째는 없다. 그래서 더 신중하다. 루틴 지킨다. 무리 안 한다. 20대 때는 올인했다. "죽기 살기로" 망했다. 30대 때는 조금 나았다. "좀 더 효율적으로" 역시 망했다. 40대 지금. "지속 가능하게" 이게 답이다. 매일 6시. 매일 운동. 매일 8시 퇴근. 매일 11시 취침. 반복이다. 지루하다. 근데 이긴다. 두려움과 루틴 가끔 밤에 깬다. 악몽 꾼다. "이번에도 망하면?" 땀 흘리며 일어난다. 시계 본다. 새벽 3시. 다시 잔다. 아침 6시. 알람 울린다. 일어난다. 루틴이 두려움 이긴다. 생각할 틈 안 준다. 몸이 움직이게 한다. 러닝머신 뛰면. 악몽 잊는다. "오늘도 간다" 생각한다. 이게 루틴의 힘이다. 감정 컨트롤한다. 불안 관리한다. 창업은 불안의 연속이다. 매일 불안하다. 망할까 봐. 실패할까 봐. 루틴이 받쳐 준다.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오늘도 했으니까 내일도"6시 알람. 오늘도 일어났다. 이긴 거다.
- 03 Dec, 2025
팀원 10명과 함께 하는 아침 점심 시간의 의미
점심은 전략이다오전 회의가 끝나고 11시 45분. 슬랙에 메시지 하나 올린다. "점심 뭐 먹을까?" 답장은 3초 만에 온다. 김치찌개파, 중국집파, 샐러드파로 나뉜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다. 12시 정각. 10명 전부 회사 근처 식당으로 간다. 예외 없다. 시작은 어색했다 2년 전 이 회사 시작할 때. 첫 팀원은 5명이었다. "점심 같이 먹을래요?" 내가 먼저 물었다. 다들 "네" 했지만. 눈빛은 "왜요?" 였다. 그때 내 나이 40. 팀원들 평균 나이 28. 12살 차이다. 첫 점심은 고문이었다. 뭘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맛있죠?" 이런 말만 했다. 팀원들도 uncomfortable. 대표랑 밥 먹으니까. 편할 리 없지.근데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걸 안 하면 안 된다는 걸. 첫 번째 회사. 점심은 각자 알아서였다. 팀은 없었다. 개인만 있었다. 3년 만에 망했다. 두 번째 회사. 점심은 가끔만 같이. "바쁘면 각자 먹어요" 배려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코로나로 망할 때. 누구 하나 끝까지 안 남았다. 서로 몰랐으니까. 3주가 지나자 매일 먹으니까 달라졌다. 처음엔 업무 얘기. "오늘 회의 어땠어요?" "저 버그 고쳤어요" 2주차부터 사적인 얘기. "주말에 뭐 했어요?" "어제 넷플릭스에서요" 3주차엔 농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소리가 났다. 나도 편해졌다. "나 예전에 망했을 때" 이런 얘기를 꺼냈다. 반응이 의외였다. "대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걱정했던 거. '이 형 두 번 망했는데' 그런 눈빛 없었다. 오히려 관심이었다. 실패 경험이 자산이 됐다. 그때 깨달았다. 숨기려 할수록 불신. 오픈할수록 신뢰. 점심의 규칙들몇 가지 원칙이 생겼다. 시행착오 끝에. 1. 업무 얘기 금지는 아니다 금지하면 어색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업무로 시작해서 사담으로 끝나면 된다. 2. 대표가 먼저 주문한다 가격 기준을 내가 정한다. 12000원짜리 먹으면. 팀원들도 그 정도 먹는다. 예전에 샐러드 먹었더니. 다들 샐러드 시켰다. 미안했다. 지금은 제일 비싼 거 먹는다. "살 빼려고요" 하면서. 팀원들 웃는다. 3. 자리는 매번 바꾼다 고정되면 파벌 생긴다. "저 옆에 앉을래요?" 이런 말 없다. 먼저 앉은 사람 옆에 그냥 앉는다. 4. 강제는 없다 개인 일정 있으면 괜찮다. "오늘 치과 가요" "그래 다녀와" 근데 신기한 건. 강제 안 하니까 다 온다. 일주일에 5일 중 4.5일은 풀참. 5. 대표가 제일 늦게 일어난다 먼저 일어나면 눈치 본다. "대표님 바쁘신가?" 끝까지 앉아 있는다. 보통 1시간. 12시부터 1시까지. 회사 문화라는 거 팀원들끼리 말이 생겼다. "점심 뭐 먹지?" 채널. 내가 안 봐도 대화한다. "오늘은 내가 정할게요" "어제 김치찌개였잖아" "중국집은 어제 먹었어요" 투표도 한다. 이모티콘으로. 김치찌개 🍲 5표. 중국집 🍜 3표. 샐러드 🥗 2표. 결정은 다수결. 민주적이다. 근데 중요한 건. 이게 점심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 업무 회의 때도. "투표할까요?" 자연스럽게 나온다. 의견 충돌 있을 때. "대표님 의견이요?" 묻기 전에 서로 먼저 듣는다. 점심 때 배운 거다. 듣는 법. 다른 사람 의견 존중하는 법. 그날의 대화 작년 11월이었다. 시리즈A 투자 받기 직전. 긴장했다. 30억 유치 건. 우리 회사 미래가 걸렸다. 점심 먹으면서. 내가 먼저 꺼냈다. "다음 주 최종 미팅인데" "떨어지면 어쩌지" 막내 개발자가 말했다. "그럼 또 하면 되죠" "또?" "대표님 두 번 망하고도 여기 계시잖아요" 웃었다. "고맙다" 디자이너가 거들었다. "저희도 이력서에 한 줄 더 쓰면 되고요" "여기서 배운 거 많아요" 그때 깨달았다. 이 팀은 다르다는 걸. 예전 회사들은. 실패가 나만의 문제였다. 팀원들은 구경꾼이었다. 지금은. 실패도 성공도 우리 거다. 매일 점심 먹으면서 만든 '우리'. 결과는. 30억 유치 성공. 그날 저녁 회식했다. 삼겹살집에서. "점심은 매일 먹었으니까" "저녁은 오랜만이네요" 다들 웃었다. 오늘 점심 오늘은 목요일. 11시 45분. 슬랙 메시지 올렸다. "점심 뭐 먹을까?" 답장 3초. 오늘은 돈까스가 이겼다. 12시 정각. 10명 전부 나갔다. 신입 마케터가 물었다. "대표님 첫 회사 때는요?" "어떻게 망했어요?" 다른 팀원들 눈빛. '또 시작이네' 나는 얘기했다. 그때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팀이 무너졌는지. 다들 들었다. 진지하게. 그러다 누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 안 망하겠네요?" "왜?" "매일 점심 먹잖아요" 맞다. 매일 점심 먹는다. 숫자로 보는 점심 60분 × 5일 = 300분. 한 주에 5시간. 한 달이면 20시간. 1년이면 240시간. 이 시간에 뭘 했나. 먹고. 웃고. 듣고. 말하고. 가끔 고민도 나눴다. "요즘 힘들어요" "저도요" 가끔 자랑도 했다. "어제 데이트했어요" "오 어디?" 업무보다 중요한 걸 배웠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 240시간. 팀 빌딩 워크샵 100번 분량이다. 근데 워크샵은 어색하다. 점심은 자연스럽다. 이 형 두 번 망했는데 여전히 생각한다. '팀원들이 날 어떻게 볼까' 42살. 두 번 실패. 세 번째 도전. 객관적으로 보면. 리스크다. 근데 점심 먹을 때. 그런 생각 안 든다. 누가 물어본다. "대표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42" "오 많으시네요" 농담 섞어서. "많지 그래서 경험이 많지" 나도 농담으로. 다들 웃는다. 나이도. 실패도. 약점이 아니다. 매일 점심 먹으면서. 약점을 오픈했더니. 무기가 됐다. 신뢰라는 무기. 내일 점심 내일은 금요일. 11시 45분에 또 물을 거다. "점심 뭐 먹을까?" 답은 모른다. 김치찌개일 수도. 중국집일 수도. 중요한 건. 10명이 함께 먹는다는 것. 매일. 예외 없이. 이게 우리 회사 문화다. 워크샵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고. 그냥 점심. 근데 이 점심이. 30억 투자받게 했다.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두 번 망한 대표를. 믿게 만들었다.점심은 전략이다. 매일 반복되는 1시간. 그게 회사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