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하루는 완전히 쉰다, 두 번째 실패가 가르쳐준 것
- 07 Dec, 2025
주말 하루는 완전히 쉰다, 두 번째 실패가 가르쳐준 것
2019년 11월, 응급실

새벽 3시 응급실이었다.
가슴이 조였다. 숨이 안 쉬어졌다. 심장마비인 줄 알았다.
의사가 말했다. “과로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그때 나는 O2O 서비스 2년차였다. 시리즈A 직전이었다. 180일 연속 출근 중이었다.
주말? 없었다. 명절? 일했다. 새벽 4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쉬세요.” 의사가 말했다.
“네.” 대답했다.
거짓말이었다. 다음 날 출근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회사가 망했다.
코로나가 온 건 3월이었다. O2O는 죽었다. 투자는 엎어졌다. 직원들한테 월급 못 줬다.
그때 깨달았다. 180일 일해서 망했다.
쉬었어도 망했을까?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다.
일만 하다가 판단력이 흐려졌다.
11월부터 신호가 있었다. 경쟁사가 2곳 문 닫았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유저 증가율이 꺾였다.
안 보였다. 아니, 보고도 무시했다.
“조금만 더.” 그 생각뿐이었다.
번아웃은 몸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었다. 뇌가 먼저 망가졌다.
3년 뒤, 세 번째 창업

이번엔 다르게 했다.
토요일은 쉰다. 무조건.
일요일은? 반반이다. 급한 거 있으면 한다. 없으면 쉰다.
처음엔 불안했다. “토요일 쉬면 경쟁사한테 밀리는 거 아냐?”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월요일이 달랐다. 머리가 맑았다. 회의가 짧아졌다. 결정이 빨라졌다.
6일 일하는 게 7일보다 효율적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20대 때는 몰랐다. 30대 초반에도 몰랐다.
마흔 넘어서야 알았다.
지난 토요일
아침 9시에 일어났다. 평일보다 3시간 늦게.
아내랑 브런치 먹었다. 근처 카페, 에그베네딕트 2개, 아메리카노 2잔.
“회사 어때?” 아내가 물었다.
“저번 주 매출 1억 6천.” 내가 말했다.
“좋네.” 아내가 웃었다.
점심 후 산책했다. 한강, 1시간 반. 이어폰 없이.
그냥 걸었다. 생각도 별로 안 했다.
저녁에 넷플릭스 봤다. 아내 고른 거. 무슨 내용인지 기억 안 난다.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 나라면
그 토요일에 뭘 했을까?
9시에 일어나서 노트북 켰을 것이다. 메일 확인했을 것이다.
브런치 먹으면서 경쟁사 앱 분석했을 것이다. 아내 말에 대충 대답했을 것이다.
산책? 안 했을 것이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녁에 노트북 들고 침대 들어갔을 것이다. 아내 옆에서 엑셀 봤을 것이다.
그게 3년 전까지 내 토요일이었다.
첫 번째 창업 때는? 더 심했다. 토요일도 출근했다. 일요일도 출근했다.
이혼한 이유 중 하나였다.
팀원들한테도

금요일 저녁 6시였다. 전체 회의.
“다음 주 목표 공유하고 퇴근합시다.” 내가 말했다.
30분 걸렸다.
“다들 주말 잘 쉬고요.” 마무리했다.
막내가 물었다. “주말에 연락 안 되도 되죠?”
“당연하죠.” 내가 말했다.
예전 회사 대표들은 달랐다. “주말에도 대기 타세요.”
나도 그랬다. 첫 번째, 두 번째 창업 때.
토요일 새벽 2시에 슬랙 메시지 보냈다. “이거 월요일까지 가능할까요?”
직원들은 일요일 밤샘 작업했다. 나는 “열정 있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6개월 후 절반이 퇴사했다. 번아웃이었다.
숫자로 본 변화
첫 번째 창업: 주 7일 근무, 3년 만에 폐업, 핵심 인력 1년 내 80% 이탈.
두 번째 창업: 주 6.5일 근무, 2년 반 만에 폐업, 응급실 1번, 이직률 연 60%.
세 번째 창업: 주 5.5일 근무, 2년째 운영 중, 월매출 1.5억, 이직률 연 15%.
다른 게 많다. 시장도 다르고 제품도 다르다.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팀이 오래 간다. 사람들이 안 그만둔다.
이유를 물었다. 신입 디자이너가 말했다.
“여기는 진짜 쉬게 해줘요.”
그래도 가끔
불안하다.
토요일 오전에 경쟁사 공지 떴다. 새 기능 출시.
손이 가려웠다. 노트북 켜고 싶었다. 대응 전략 짜고 싶었다.
안 했다.
“월요일에 보자.” 혼잣말했다.
일요일 저녁, 투자사 대표한테 문자 왔다. “잠깐 통화 가능?”
예전 같으면 바로 전화했다. “네, 지금 괜찮습니다!”
이번엔 답장했다. “월요일 오전 어떠세요?”
“그러죠.” 답이 왔다.
급한 거 아니었다. 급한 척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토요일에 안 해도 된다.
왜 쉬는가
성공하려고.
역설 같지만 사실이다.
마라톤을 180일 연속 뛸 수 없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실패 때는 몰랐다. “내가 노력이 부족했나?” 생각했다.
두 번째 실패 때 알았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이 틀렸는데 더 빨리 달렸다. 결과는? 더 빨리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쉬어야 방향을 본다.
지금 내 토요일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날이다. 숲을 보는 날이다.
나무만 보다가 숲에서 길 잃는다.
후배 창업가한테
지난주 멘토링했다. 27살, 첫 창업 1년차.
“주말에 뭐 해요?” 내가 물었다.
“당연히 일하죠. 쉬면 불안해서요.” 그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요?” 그가 물었다.
“두 번 망했어요.” 내가 웃었다.
그는 안 웃었다. “근데 성공한 사람들도 주말에 일하잖아요.”
맞는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주 120시간 일한다더라.
근데 나는 일론 머스크가 아니다. 그 후배도 아니다.
“형은 왜 이번에 다른가요?” 그가 물었다.
“쉬니까요.” 내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일이 토요일이다.
계획은 없다. 그게 계획이다.
늦게 일어날 것이다. 아내랑 밥 먹을 것이다. 산책할 것이다.
노트북은 안 킬 것이다. 슬랙은 안 볼 것이다.
월요일에 볼 것이다.
이게 두 번 실패하고 배운 것이다.
휴식은 사치가 아니다. 전략이다.
42살 세 번째 창업가의 깨달음이다.
비싸게 배웠다. 2번, 총 80억 날리고.
이제는 안다.
성공은 7일이 아니라 6일로 만드는 것이다.
토요일은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