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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Dec, 2025
재혼 3년차 아내와 '창업 얘기'를 안 하기로 한 날
재혼 3년차 아내와 '창업 얘기'를 안 하기로 한 날 저녁 7시 30분, 퇴근 회사 나왔다. 7시 반. 팀장이 "대표님 먼저 가세요" 했다. 고맙다. 오늘은 일찍 간다. 택시 탔다. 집까지 25분. 핸드폰 봤다. 슬랙 알림 37개. 안 봤다. 내일 봐도 된다. 예전 같았으면 택시 안에서도 일했다. 메일 확인, 경쟁사 앱 켜보고, 지표 체크. 지금은 안 한다. 약속이 있어서. 아내랑 약속. 집에선 회사 얘기 안 하기. 3년 전에 정한 규칙이다.첫 번째 결혼, 2015년 전처랑 헤어진 이유.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 때문"이다. 아침에 일 얘기, 저녁에 일 얘기. 주말에도 일 얘기, 침대에서도 일 얘기. "오늘 투자자가", "우리 앱이", "경쟁사가". 전처가 참았다. 2년. 그러다 폭발했다. 어느 날. "당신이랑 사는 건지, 회사랑 사는 건지 모르겠어." 그 말 듣고도 못 고쳤다. 나.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서" 변명했다. 회사는 망했고, 결혼도 망했다. 2016년 이혼. 아들 양육권은 전처. 나는 빈손으로 나왔다. 그때 깨달았다. 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가족은 안 되더라.두 번째 만남, 2020년 현재 아내를 만난 건 2020년. 친구 소개팅이었다. 첫 만남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이혼 경력 있고요, 창업 두 번 실패했어요." 아내가 웃었다. "저도 이혼했어요. 프리랜서라 수입 불안정하고요." 서로 상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편했다. 3개월 만나고 결혼 얘기 나왔다. 나는 조건을 제시했다. "제가 또 창업할 건데요, 그래도 괜찮으세요?" "네, 근데 조건 있어요." "뭔데요?" "집에선 회사 얘기 하지 마세요." 그 말 듣고 놀랐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 사람은 안다. 내가 뭘 잃었는지. 뭘 또 잃을 수 있는지. 2021년 재혼했다. 신혼여행 가기 전에 약속 정했다. "집 = 회사 없는 곳" "퇴근 후엔 폰 진동" "주말 하루는 완전히 쉬기"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오늘 저녁, 8시 집 도착했다. 현관문 열었다. 김치찌개 냄새. "왔어?" "응." 식탁에 앉았다. 밥 먹으면서 아내가 물었다. "오늘 어땠어?" "응, 괜찮았어." 더 묻지 않았다. 아내는. 나도 더 말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말했을 것들. 오늘 투자사 미팅 잘됐다고. 다음 달 매출 목표 달성할 것 같다고. 경쟁사가 시리즈B 받았다고. 참았다. 이게 우리의 약속이니까. "당신은? 작업 어때?" "음, 마감이 다음 주라 좀 바빠." "많이 힘들어?" "할 만해. 재밌는 프로젝트야." 그렇게 밥 먹었다. 창업 얘기 없이. 투자 얘기 없이. 매출 얘기 없이. 그냥 우리 얘기만. 밤 10시, 거실 설거지 같이 했다. 드라마 틀었다. 넷플릭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아내가 내 어깨에 기댔다. "편해?" "응." 드라마는 별로였다. 근데 상관없었다. 이 시간이 좋았다. 회사 생각 안 하는 시간. 흑자 전환 생각 안 하는 시간. 경쟁사 생각 안 하는 시간. 그냥 남편인 시간. 핸드폰 진동 왔다. 슬랙. 개발팀에서. 안 봤다. 아내가 물었다. "급한 거 아니야?" "아니, 내일 봐도 돼." 거짓말은 아니다. 세상에 오늘 밤 당장 해결할 일은 없다. 내일 아침에 해도 된다. 이게 두 번째 실패 후 배운 거다. 급한 것처럼 보이는 건 다 내일 아침에 해도 된다는 것. 정말 급한 건 따로 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 이 사람 놓치는 게 진짜 급한 일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차이 전처한테 미안하다. 그때 내가 어렸다. 30대 초반, 첫 창업. 모든 게 급했다.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빨리 커야 한다는 조급함. 집에 와서도 노트북 켰다. 주말에도 투자 자료 만들었다. 아내가 말 걸면 "잠깐만" 했다. 그게 쌓였다. 작은 "잠깐만"들이. 결국 아내가 떠났다. "당신 일이 더 중요하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때 내겐 회사가 더 중요했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회사도 중요하다. 당연히. 근데 순서가 바뀌었다. 1순위: 나 2순위: 가족 3순위: 회사 예전엔 반대였다. 회사, 회사, 회사. 나도 가족도 회사 다음이었다. 그렇게 살다가 둘 다 잃었다. 회사도, 가족도. 이번엔 안 그러려고 한다. 회사 망하면 또 시작하면 된다. 근데 가족은 다시 못 만든다. 약속을 지키는 법 쉽지 않다. 솔직히. 퇴근하고 집 오면 말하고 싶다. 오늘 있었던 일들. 특히 잘된 날. "오늘 계약 하나 따냈어!" 말하고 싶다. 안 좋은 날도. "오늘 투자 미팅 망했어." 털어놓고 싶다. 참는다. 일단. 대신 다른 데 말한다. 창업가 모임에서. 후배 창업가들이랑 술 마실 때. 멘토링할 때. 거기서 실컷 얘기한다. 회사 얘기, 투자 얘기, 매출 얘기. 그러고 집 오면 괜찮다. 이미 다 말했으니까. 아내한테 말하고 싶은 욕구. 다른 데서 해소되니까. 그리고 깨달았다. 아내가 듣고 싶어 하는 건 회사 얘기가 아니라는 것. "오늘 점심 뭐 먹었어?" "출근길에 날씨 어땠어?" "요즘 뭐 재밌는 거 없어?" 이런 거다. 일상. 소소한 것들. 예전엔 이게 시간 낭비 같았다. 지금은 안다. 이게 진짜 중요한 대화라는 걸. 아들 생각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전처 아들. 이제 중학생. 만나면 물어본다. "요즘 어때?" "학교는?" "친구들은?" 아들이 대답한다. 짧게. 성의 없이. "괜찮아요." "그냥 그래요." 어색하다. 여전히. 예전에 같이 살 때도 어색했다. 나는 맨날 회사 일로 바빴으니까. 주말에도 노트북 켜놓고 일했으니까. 아들이 말 걸면 "아빠 바빠" 했다. 그게 쌓였다. 지금도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몇 시간으론 부족하다. 이게 제일 후회된다. 회사보다 아들과 시간 보낼 걸. 돈은 나중에 벌 수 있는데, 아들 어린 시절은 다시 안 온다. 그걸 몰랐다. 그땐. 현재 아내랑 아이 안 갖기로 했다. 서로 동의했다. 이유는 말 안 했지만 아내가 안다. 내가 아빠 역할 제대로 못 할 거라는 걸. 회사 하면서 육아는 못 한다. 또 같은 실수 하고 싶지 않다. 아내가 이해해줘서 고맙다. 밤 11시 30분, 침실 이제 잘 시간. 내일 아침 6시 기상. 침대 누웠다. 아내가 옆에 누웠다. "잘 자." "응, 잘 자." 불 껐다.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오늘 하루. 회사는 잘 돌아간다. 팀은 열심히 한다. 투자사는 만족한다. 매출은 오른다.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옆에서 자는 이 사람. 아직 옆에 있다는 것. 첫 번째 때 잃어버린 것. 이번엔 안 잃어버리고 있다. 그게 제일 큰 성공이다. 회사 엑싯보다 더 큰. 창업가의 두 번째 기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재기의 비결이 뭐예요?" 대답한다. "일단 살아남는 거요." 회사 말고. 사람으로. 망해도 살아있어야 재기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관계적으로. 첫 번째 실패 후 나는 다 무너졌다. 결혼, 건강, 재정, 자존감. 다시 일어서는 데 2년 걸렸다. 두 번째 실패는 달랐다. 회사는 망했지만 나는 안 망했다. 관계는 남아있었고, 건강은 괜찮았고, 다시 시작할 여력이 있었다. 차이가 뭐였을까. 생각해보면 하나다. 일을 집에 안 가져간 것. 실패해도 집은 안전지대로 남긴 것. 그래서 회사 망해도 괜찮았다. 집에 오면 쉴 수 있었으니까.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첫 번째 때는 달랐다. 집도 전쟁터였다. 쉴 곳이 없었다. 그래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번엔 다르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집은 피난처다. 그래서 버틸 수 있다. 매일매일. 규칙의 의미 "집에선 회사 얘기 안 하기" 이 규칙. 처음엔 답답했다. 말하고 싶은 거 참는 게. 공유하고 싶은 거 안 하는 게. 근데 지금은 안다. 이게 서로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나를 지킨다. 일중독에서. 강박에서. 불안에서. 아내를 지킨다. 내 스트레스로부터. 내 실패 공포로부터. 내 조급함으로부터. 그리고 우리를 지킨다. 첫 번째 결혼의 전철로부터. 규칙은 제약이 아니다. 보호막이다. 이 선을 넘지 않으면, 우린 괜찮다. 회사가 잘돼도, 회사가 안 돼도, 우린 괜찮다. 마지막 창업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창업.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괜찮다. 이미 얻은 게 있으니까. 일과 삶의 균형. 아내와의 관계. 나 자신을 지키는 법. 이걸 배우는 데 두 번의 실패가 필요했다. 비싼 수업료였다. 근데 후회는 안 한다. 이제라도 배웠으니까. 42살. 늦지 않았다.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그만둘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옆에 사람은 있을 거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저녁 8시, 회사 얘기 안 하고 밥 먹었다. 이게 성공이다.
- 08 Dec, 2025
2017년 O2O 서비스가 코로나로 무너질 때, 나는 뭘 했나
2017년 O2O 서비스가 코로나로 무너질 때, 나는 뭘 했나 2020년 2월, 숫자들이 말을 멈췄다 2월 18일. 화요일. 대시보드를 켰다. 전날 거래량. 전주 대비 -23%. "뭐지?" 월요일이 짧아서 그런가 싶었다. 아니었다. 2월 19일. -31%. 2월 20일. -47%. 2월 21일. -58%. 금요일 오후, CFO가 들어왔다. "대표님, 이거..." "알아. 보고 있어." 우리 서비스는 간단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 중개. 미용실, 마사지, 필라테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비즈니스. 코로나는 그걸 죽였다. 정확히 4일 만에.우린 준비된 회사였다 2017년 시작. 3년간 매출 180% 성장. 2019년 시리즈B 50억 유치. 직원 45명. 파트너사 1,200개. 1월까지만 해도 좋았다. 시리즈C 논의 중이었다. 100억 밸류에이션. "올해는 흑자 전환이다." CFO는 현금 흐름 관리했고. CTO는 서버 안정화시켰고. CMO는 마케팅 ROI 맞췄고. 나는 엑싯 시나리오 그렸다. 첫 번째 창업 때 배웠다. "현금이 왕이다." 운영비 12개월치 확보. 통장에 38억. "이 정도면 웬만한 위기는." 웬만한 위기. 코로나는 웬만하지 않았다. 3월, 숫자는 계속 떨어졌다 3월 2일 월요일. 전체 회의. "코로나 대응 TF 만든다." "비대면 서비스 전환 검토." "마케팅비 50% 감축." "채용 동결." 팀원들 표정이 굳었다. 특히 신입들. 회의 후 CMO가 물었다. "대표님,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12개월. 최악의 경우 6개월." "...그 다음은요?" "모르겠어." 처음이었다. 답을 모른다고 말한 게.3월 매출. 전년 대비 -72%. 파트너사들이 문 닫기 시작했다. 미용실, 마사지샵, 요가 스튜디오. 다 사람이 모이는 곳들. "일시 휴업"이 "폐업"으로 바뀌는 건. 생각보다 빨랐다. 3월 23일. 투자사 대표가 전화했다. "시리즈C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상했어요." "버티세요. 곧 나아질 겁니다." "네." 곧이 언제인지 아무도 몰랐다. 4월, 첫 번째 결정 4월 6일. 재무팀이 시뮬레이션 돌렸다. 현재 번레이트: 월 3.2억. 매출: 월 4천만원. 갭: 2.8억. "이대로면 10월에 바닥입니다." 10월. 6개월. 6개월 안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리 시나리오 짜." "...네." CFO 목소리가 떨렸다. 얘도 안다. 이게 두 번째라는 걸. 2012년 소셜커머스. 그땐 3년 버텼다. 매일 새벽 3시까지 일했다. 그래도 망했다. "이번엔 다를 거야." 그렇게 다짐했었다. 근데 3년 만에 또. 첫 번째 결정. 직원 감축. 45명 중 15명. 마케팅팀 70%. 영업팀 50%. 개발팀은 유지. 4월 20일 월요일. 한 명씩 불렀다. "미안합니다." "알고 있었어요." "퇴직금은 100%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0명은 울었다. 3명은 화냈다. 2명은 아무 말 없었다. 제일 힘든 건. 신입 두 명이었다. 입사 4개월. "제가 못해서..." "아니에요. 환경이 그래요." "다음에 기회 되면..." "...네." 다음은 없었다. 둘 다 안다.5월, 두 번째 결정 남은 30명. 급여 20% 삭감. "먼저 제 급여 50% 깎겠습니다." "임원진은 30%." "팀원들은 20%." "회사가 버티면, 나중에 보상하겠습니다." CTO가 물었다. "대표님은 어떻게 살아요?" "저축 있어요." "...얼마나요?" "1년은 버텨요." 거짓말이었다. 6개월이었다. 전체 동의. 아무도 거부 안 했다. 근데 팀 분위기는 죽었다. 점심시간. 웃음소리 없었다. 다들 폰만 봤다. 채용 공고 보는 거 알았다. 이직 준비하는 거. 말릴 수 없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5월 말. 파트너사 1,200개 중. 400개 폐업. 나머지도 영업 중단. 우리 앱. 일 거래 건수 평균 5건. 2019년엔 500건이었다. 6월, 피봇을 시도했다 CTO랑 밤새 회의. "비대면으로 갈 수 있나?" "뭘요?" "화상 PT, 온라인 클래스." "...기술적으론 가능합니다." 6월 내내 개발. 개발팀 7명 올인. 나머지는 파트너 섭외. 온라인으로 전환 가능한 업체. 필라테스 강사, PT 트레이너. 100명 섭외 목표. 6월 25일. 베타 오픈. 첫날 가입자: 12명. 둘째날 가입자: 3명. 셋째날 가입자: 1명. 실패. 왜? 이미 시장에 줌, 클래스101. 우린 늦었다. 3년간 쌓은 오프라인 노하우. 코로나 앞에선 쓸모없었다. 7월, 세 번째 결정 7월 15일. 통장 잔액: 21억. CFO가 계산했다. "9월까지입니다." "알아." "그 다음은요?" "정리." 세 번째 결정. 회사 정리. 투자사들한테 연락. "청산 절차 들어갑니다." "...M&A는요?" "누가 사요, 이 상황에." "..." 파트너사들한테 연락. "서비스 종료합니다." "언제요?" "8월 31일." "...그렇군요." "저희도 문 닫을 것 같아요." 그 말 들으니. 좀 위로됐다. 나만 망하는 게 아니라서. 8월, 마지막 한 달 8월 3일. 전체 회의. "8월 31일 서비스 종료합니다." "..." "9월 15일 최종 퇴사." "..." 아무도 안 울었다. 다들 알았으니까. 회의 후. 한 명씩 면담. "추천서 써드릴게요." "다음 회사 소개해드릴게요." "제 인맥 총동원할게요." 30명 중. 15명은 이직 확정. 10명은 면접 중. 5명은 쉬기로. 다행이었다. 아무도 나 원망 안 했다. "대표님 잘못 아니에요." "환경이 그랬죠." 환경. 편한 단어다. 책임 안 져도 되니까. 근데 진짜 그런가?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나? 2월에 더 빨리 결단했으면? 1월에 현금 더 확보했으면? 아예 다른 비즈니스였으면? 답 없다. 평행우주에서나 알 일. 8월 31일, 서비스 종료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버 다운. CTO가 버튼 눌렀다. 3년간 돌아가던 서버. 꺼졌다. "수고했어." "...네." 오후 2시.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 서비스 내림. 3년간 다운로드 120만. 평점 4.2. 리뷰 8천 개. "좋은 서비스였는데." "아쉽네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저녁 6시. 팀 회식. 30명 전부. "건배." "...건배." 울 줄 알았다. 근데 안 울었다. 다들 담담했다. "대표님, 다음엔 성공하세요." "...그래야지." "저희 부르시면 또 올게요." "고마워." 거짓말. 안 부를 거다. 다시는. 9월 15일, 최종 출근일 화요일. 아침 9시. 사무실. 텅 비었다. 책상, 의자, 모니터. 다 정리. 반납 완료. 통장 잔액: 14억. 투자금 반환: 12억. 청산 비용: 2억. 남는 거 없다. 빚도 없고. 자산도 없고. 3년이. 없어졌다. CFO가 마지막 서류 건넸다. "사인하시면 끝입니다." "...그래." 사인했다. 볼펜 잉크 안 나왔다. 두 번째 시도. 됐다. "수고했어." "대표님도요." 악수. 돌아서는 얘 등. 떨리는 거 봤다. 9월 16일, 그 다음날 수요일. 알람 안 맞췄다. 11시에 일어났다. 할 일 없었다. 회사 없으니까. 점심 먹고. 넷플릭스 봤다. 재미없었다. 저녁 먹고. 산책했다. 발 아팠다. 밤 11시. 침대 누웠다. 잠 안 왔다. 핸드폰 켰다. 대시보드 앱. 습관적으로 열었다. "서비스 종료" 아. 맞다. 10월, 그리고 매일 매일 11시에 일어났다. 매일 넷플릭스 봤다. 매일 산책했다. 사람 안 만났다. 창업가 모임 안 갔다. 전화 안 받았다. "요즘 뭐해?" "쉬고 있어." "다음 창업은?" "모르겠어." 진짜 몰랐다. 다시 할 수 있을까? 42살에 두 번 망했다. 세 번째는? 무서웠다.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게. 근데 더 무서운 건. 시작 안 하는 거였다. 그때 내가 뭘 했나 지금 생각하면. 별로 안 했다. 빨리 판단하고. 빨리 결정하고. 빨리 정리했다. 감상 안 했다. 미련 안 부렸다. 현실 인정했다. 그게 다였다. 근데 그게. 첫 번째 실패 때 배운 거였다. 2012년 소셜커머스. 그땐 끝까지 버텼다. "다음 달엔 나아질 거야." "투자 하나만 더 받으면." "조금만 더." 결과는 똑같았다. 망했다. 차이는. 정리 과정이었다. 첫 번째: 6개월 질질. 두 번째: 3개월 칼같이. 팀원들한테. 파트너사들한테. 투자사들한테. 빠른 정리가. 최선의 예의였다. 트라우마는 남았다 2021년. 세 번째 창업 시작했다. 헬스케어 B2C. 근데. 의사결정할 때마다. 코로나가 떠올랐다. "갑자기 팬데믹 오면?" "외부 환경 변하면?"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CFO가 묻는다. "왜 이렇게 보수적이세요?" 말 못 한다. 무서워서라고. 마케팅팀이 제안한다. "공격적으로 투자하죠." "아니." 즉답이다. "현금 확보가 먼저야." 틀린 말 아니다. 근데 알아. 이게 트라우마라는 거. 지금도 가끔 새벽 3시. 잠 깰 때 있다. 꿈에서. 대시보드 봤다. 숫자 떨어지는 거. -23%, -31%, -47%. 일어나서. 현재 대시보드 확인한다. +8%, +12%, +5%. 괜찮다. 지금은. 근데 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 그게 창업이니까. 그래서 2017년 O2O. 코로나로 망했을 때. 나는 뭘 했나? 할 수 있는 거 했다. 빨리 인정하고. 빨리 정리하고. 팀원들 챙기고. 근데 솔직히. 충분하지 않았다.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었나? 더 현명한 선택 있었나? 팀원들한테 더 잘해줄 수 있었나? 모르겠다. 그때론 최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족하다. 근데 그게 배움이다. 세 번째 창업. 조금 더 신중하다. 조금 더 보수적이다. 조금 더 두렵다. 그게 성장인지 퇴보인지. 아직 모르겠다. 답은. 5년 후에 안다. 성공하면 성장. 실패하면 퇴보. 간단하다. 마무리하며 코로나는 끝났다. O2O도 끝났다. 그 회사도 끝났다. 근데 나는 안 끝났다. 42살. 세 번째 창업 2년차. 아직 버티고 있다. 이번엔 다르다. 그렇게 믿는다. 근데 2017년에도. 그렇게 믿었다. 차이는 뭔가? 이번엔 안다.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걸.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드나? 더 약하게 만드나? 역시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할 일 한다. 내일 생각은 내일. 그게 다다.두 번 망해봐서 안다. 세 번째는 정말 마지막이다. 근데 그게 나를 신중하게 만드는지, 겁쟁이로 만드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 07 Dec, 2025
주말 하루는 완전히 쉰다, 두 번째 실패가 가르쳐준 것
주말 하루는 완전히 쉰다, 두 번째 실패가 가르쳐준 것 2019년 11월, 응급실새벽 3시 응급실이었다. 가슴이 조였다. 숨이 안 쉬어졌다. 심장마비인 줄 알았다. 의사가 말했다. "과로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그때 나는 O2O 서비스 2년차였다. 시리즈A 직전이었다. 180일 연속 출근 중이었다. 주말? 없었다. 명절? 일했다. 새벽 4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쉬세요." 의사가 말했다. "네." 대답했다. 거짓말이었다. 다음 날 출근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회사가 망했다. 코로나가 온 건 3월이었다. O2O는 죽었다. 투자는 엎어졌다. 직원들한테 월급 못 줬다. 그때 깨달았다. 180일 일해서 망했다. 쉬었어도 망했을까?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하나다. 일만 하다가 판단력이 흐려졌다. 11월부터 신호가 있었다. 경쟁사가 2곳 문 닫았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유저 증가율이 꺾였다. 안 보였다. 아니, 보고도 무시했다. "조금만 더." 그 생각뿐이었다. 번아웃은 몸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었다. 뇌가 먼저 망가졌다. 3년 뒤, 세 번째 창업이번엔 다르게 했다. 토요일은 쉰다. 무조건. 일요일은? 반반이다. 급한 거 있으면 한다. 없으면 쉰다. 처음엔 불안했다. "토요일 쉬면 경쟁사한테 밀리는 거 아냐?"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월요일이 달랐다. 머리가 맑았다. 회의가 짧아졌다. 결정이 빨라졌다. 6일 일하는 게 7일보다 효율적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20대 때는 몰랐다. 30대 초반에도 몰랐다. 마흔 넘어서야 알았다. 지난 토요일 아침 9시에 일어났다. 평일보다 3시간 늦게. 아내랑 브런치 먹었다. 근처 카페, 에그베네딕트 2개, 아메리카노 2잔. "회사 어때?" 아내가 물었다. "저번 주 매출 1억 6천." 내가 말했다. "좋네." 아내가 웃었다. 점심 후 산책했다. 한강, 1시간 반. 이어폰 없이. 그냥 걸었다. 생각도 별로 안 했다. 저녁에 넷플릭스 봤다. 아내 고른 거. 무슨 내용인지 기억 안 난다. 중요하지 않았다. 예전 나라면 그 토요일에 뭘 했을까? 9시에 일어나서 노트북 켰을 것이다. 메일 확인했을 것이다. 브런치 먹으면서 경쟁사 앱 분석했을 것이다. 아내 말에 대충 대답했을 것이다. 산책? 안 했을 것이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녁에 노트북 들고 침대 들어갔을 것이다. 아내 옆에서 엑셀 봤을 것이다. 그게 3년 전까지 내 토요일이었다. 첫 번째 창업 때는? 더 심했다. 토요일도 출근했다. 일요일도 출근했다. 이혼한 이유 중 하나였다. 팀원들한테도금요일 저녁 6시였다. 전체 회의. "다음 주 목표 공유하고 퇴근합시다." 내가 말했다. 30분 걸렸다. "다들 주말 잘 쉬고요." 마무리했다. 막내가 물었다. "주말에 연락 안 되도 되죠?" "당연하죠." 내가 말했다. 예전 회사 대표들은 달랐다. "주말에도 대기 타세요." 나도 그랬다. 첫 번째, 두 번째 창업 때. 토요일 새벽 2시에 슬랙 메시지 보냈다. "이거 월요일까지 가능할까요?" 직원들은 일요일 밤샘 작업했다. 나는 "열정 있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6개월 후 절반이 퇴사했다. 번아웃이었다. 숫자로 본 변화 첫 번째 창업: 주 7일 근무, 3년 만에 폐업, 핵심 인력 1년 내 80% 이탈. 두 번째 창업: 주 6.5일 근무, 2년 반 만에 폐업, 응급실 1번, 이직률 연 60%. 세 번째 창업: 주 5.5일 근무, 2년째 운영 중, 월매출 1.5억, 이직률 연 15%. 다른 게 많다. 시장도 다르고 제품도 다르다. 근데 하나는 확실하다. 팀이 오래 간다. 사람들이 안 그만둔다. 이유를 물었다. 신입 디자이너가 말했다. "여기는 진짜 쉬게 해줘요." 그래도 가끔 불안하다. 토요일 오전에 경쟁사 공지 떴다. 새 기능 출시. 손이 가려웠다. 노트북 켜고 싶었다. 대응 전략 짜고 싶었다. 안 했다. "월요일에 보자." 혼잣말했다. 일요일 저녁, 투자사 대표한테 문자 왔다. "잠깐 통화 가능?" 예전 같으면 바로 전화했다. "네, 지금 괜찮습니다!" 이번엔 답장했다. "월요일 오전 어떠세요?" "그러죠." 답이 왔다. 급한 거 아니었다. 급한 척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토요일에 안 해도 된다. 왜 쉬는가 성공하려고. 역설 같지만 사실이다. 마라톤을 180일 연속 뛸 수 없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실패 때는 몰랐다. "내가 노력이 부족했나?" 생각했다. 두 번째 실패 때 알았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이 틀렸는데 더 빨리 달렸다. 결과는? 더 빨리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쉬어야 방향을 본다. 지금 내 토요일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날이다. 숲을 보는 날이다. 나무만 보다가 숲에서 길 잃는다. 후배 창업가한테 지난주 멘토링했다. 27살, 첫 창업 1년차. "주말에 뭐 해요?" 내가 물었다. "당연히 일하죠. 쉬면 불안해서요." 그가 말했다. "나도 그랬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요?" 그가 물었다. "두 번 망했어요." 내가 웃었다. 그는 안 웃었다. "근데 성공한 사람들도 주말에 일하잖아요." 맞는 말이다. 일론 머스크는 주 120시간 일한다더라. 근데 나는 일론 머스크가 아니다. 그 후배도 아니다. "형은 왜 이번에 다른가요?" 그가 물었다. "쉬니까요." 내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일이 토요일이다. 계획은 없다. 그게 계획이다. 늦게 일어날 것이다. 아내랑 밥 먹을 것이다. 산책할 것이다. 노트북은 안 킬 것이다. 슬랙은 안 볼 것이다. 월요일에 볼 것이다. 이게 두 번 실패하고 배운 것이다. 휴식은 사치가 아니다. 전략이다. 42살 세 번째 창업가의 깨달음이다. 비싸게 배웠다. 2번, 총 80억 날리고. 이제는 안다. 성공은 7일이 아니라 6일로 만드는 것이다.토요일은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