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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 08 Dec, 2025
2017년 O2O 서비스가 코로나로 무너질 때, 나는 뭘 했나
2017년 O2O 서비스가 코로나로 무너질 때, 나는 뭘 했나 2020년 2월, 숫자들이 말을 멈췄다 2월 18일. 화요일. 대시보드를 켰다. 전날 거래량. 전주 대비 -23%. "뭐지?" 월요일이 짧아서 그런가 싶었다. 아니었다. 2월 19일. -31%. 2월 20일. -47%. 2월 21일. -58%. 금요일 오후, CFO가 들어왔다. "대표님, 이거..." "알아. 보고 있어." 우리 서비스는 간단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 중개. 미용실, 마사지, 필라테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비즈니스. 코로나는 그걸 죽였다. 정확히 4일 만에.우린 준비된 회사였다 2017년 시작. 3년간 매출 180% 성장. 2019년 시리즈B 50억 유치. 직원 45명. 파트너사 1,200개. 1월까지만 해도 좋았다. 시리즈C 논의 중이었다. 100억 밸류에이션. "올해는 흑자 전환이다." CFO는 현금 흐름 관리했고. CTO는 서버 안정화시켰고. CMO는 마케팅 ROI 맞췄고. 나는 엑싯 시나리오 그렸다. 첫 번째 창업 때 배웠다. "현금이 왕이다." 운영비 12개월치 확보. 통장에 38억. "이 정도면 웬만한 위기는." 웬만한 위기. 코로나는 웬만하지 않았다. 3월, 숫자는 계속 떨어졌다 3월 2일 월요일. 전체 회의. "코로나 대응 TF 만든다." "비대면 서비스 전환 검토." "마케팅비 50% 감축." "채용 동결." 팀원들 표정이 굳었다. 특히 신입들. 회의 후 CMO가 물었다. "대표님, 솔직히.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12개월. 최악의 경우 6개월." "...그 다음은요?" "모르겠어." 처음이었다. 답을 모른다고 말한 게.3월 매출. 전년 대비 -72%. 파트너사들이 문 닫기 시작했다. 미용실, 마사지샵, 요가 스튜디오. 다 사람이 모이는 곳들. "일시 휴업"이 "폐업"으로 바뀌는 건. 생각보다 빨랐다. 3월 23일. 투자사 대표가 전화했다. "시리즈C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상했어요." "버티세요. 곧 나아질 겁니다." "네." 곧이 언제인지 아무도 몰랐다. 4월, 첫 번째 결정 4월 6일. 재무팀이 시뮬레이션 돌렸다. 현재 번레이트: 월 3.2억. 매출: 월 4천만원. 갭: 2.8억. "이대로면 10월에 바닥입니다." 10월. 6개월. 6개월 안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리 시나리오 짜." "...네." CFO 목소리가 떨렸다. 얘도 안다. 이게 두 번째라는 걸. 2012년 소셜커머스. 그땐 3년 버텼다. 매일 새벽 3시까지 일했다. 그래도 망했다. "이번엔 다를 거야." 그렇게 다짐했었다. 근데 3년 만에 또. 첫 번째 결정. 직원 감축. 45명 중 15명. 마케팅팀 70%. 영업팀 50%. 개발팀은 유지. 4월 20일 월요일. 한 명씩 불렀다. "미안합니다." "알고 있었어요." "퇴직금은 100%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0명은 울었다. 3명은 화냈다. 2명은 아무 말 없었다. 제일 힘든 건. 신입 두 명이었다. 입사 4개월. "제가 못해서..." "아니에요. 환경이 그래요." "다음에 기회 되면..." "...네." 다음은 없었다. 둘 다 안다.5월, 두 번째 결정 남은 30명. 급여 20% 삭감. "먼저 제 급여 50% 깎겠습니다." "임원진은 30%." "팀원들은 20%." "회사가 버티면, 나중에 보상하겠습니다." CTO가 물었다. "대표님은 어떻게 살아요?" "저축 있어요." "...얼마나요?" "1년은 버텨요." 거짓말이었다. 6개월이었다. 전체 동의. 아무도 거부 안 했다. 근데 팀 분위기는 죽었다. 점심시간. 웃음소리 없었다. 다들 폰만 봤다. 채용 공고 보는 거 알았다. 이직 준비하는 거. 말릴 수 없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5월 말. 파트너사 1,200개 중. 400개 폐업. 나머지도 영업 중단. 우리 앱. 일 거래 건수 평균 5건. 2019년엔 500건이었다. 6월, 피봇을 시도했다 CTO랑 밤새 회의. "비대면으로 갈 수 있나?" "뭘요?" "화상 PT, 온라인 클래스." "...기술적으론 가능합니다." 6월 내내 개발. 개발팀 7명 올인. 나머지는 파트너 섭외. 온라인으로 전환 가능한 업체. 필라테스 강사, PT 트레이너. 100명 섭외 목표. 6월 25일. 베타 오픈. 첫날 가입자: 12명. 둘째날 가입자: 3명. 셋째날 가입자: 1명. 실패. 왜? 이미 시장에 줌, 클래스101. 우린 늦었다. 3년간 쌓은 오프라인 노하우. 코로나 앞에선 쓸모없었다. 7월, 세 번째 결정 7월 15일. 통장 잔액: 21억. CFO가 계산했다. "9월까지입니다." "알아." "그 다음은요?" "정리." 세 번째 결정. 회사 정리. 투자사들한테 연락. "청산 절차 들어갑니다." "...M&A는요?" "누가 사요, 이 상황에." "..." 파트너사들한테 연락. "서비스 종료합니다." "언제요?" "8월 31일." "...그렇군요." "저희도 문 닫을 것 같아요." 그 말 들으니. 좀 위로됐다. 나만 망하는 게 아니라서. 8월, 마지막 한 달 8월 3일. 전체 회의. "8월 31일 서비스 종료합니다." "..." "9월 15일 최종 퇴사." "..." 아무도 안 울었다. 다들 알았으니까. 회의 후. 한 명씩 면담. "추천서 써드릴게요." "다음 회사 소개해드릴게요." "제 인맥 총동원할게요." 30명 중. 15명은 이직 확정. 10명은 면접 중. 5명은 쉬기로. 다행이었다. 아무도 나 원망 안 했다. "대표님 잘못 아니에요." "환경이 그랬죠." 환경. 편한 단어다. 책임 안 져도 되니까. 근데 진짜 그런가?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나? 2월에 더 빨리 결단했으면? 1월에 현금 더 확보했으면? 아예 다른 비즈니스였으면? 답 없다. 평행우주에서나 알 일. 8월 31일, 서비스 종료일 월요일. 오전 10시. 서버 다운. CTO가 버튼 눌렀다. 3년간 돌아가던 서버. 꺼졌다. "수고했어." "...네." 오후 2시.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 서비스 내림. 3년간 다운로드 120만. 평점 4.2. 리뷰 8천 개. "좋은 서비스였는데." "아쉽네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저녁 6시. 팀 회식. 30명 전부. "건배." "...건배." 울 줄 알았다. 근데 안 울었다. 다들 담담했다. "대표님, 다음엔 성공하세요." "...그래야지." "저희 부르시면 또 올게요." "고마워." 거짓말. 안 부를 거다. 다시는. 9월 15일, 최종 출근일 화요일. 아침 9시. 사무실. 텅 비었다. 책상, 의자, 모니터. 다 정리. 반납 완료. 통장 잔액: 14억. 투자금 반환: 12억. 청산 비용: 2억. 남는 거 없다. 빚도 없고. 자산도 없고. 3년이. 없어졌다. CFO가 마지막 서류 건넸다. "사인하시면 끝입니다." "...그래." 사인했다. 볼펜 잉크 안 나왔다. 두 번째 시도. 됐다. "수고했어." "대표님도요." 악수. 돌아서는 얘 등. 떨리는 거 봤다. 9월 16일, 그 다음날 수요일. 알람 안 맞췄다. 11시에 일어났다. 할 일 없었다. 회사 없으니까. 점심 먹고. 넷플릭스 봤다. 재미없었다. 저녁 먹고. 산책했다. 발 아팠다. 밤 11시. 침대 누웠다. 잠 안 왔다. 핸드폰 켰다. 대시보드 앱. 습관적으로 열었다. "서비스 종료" 아. 맞다. 10월, 그리고 매일 매일 11시에 일어났다. 매일 넷플릭스 봤다. 매일 산책했다. 사람 안 만났다. 창업가 모임 안 갔다. 전화 안 받았다. "요즘 뭐해?" "쉬고 있어." "다음 창업은?" "모르겠어." 진짜 몰랐다. 다시 할 수 있을까? 42살에 두 번 망했다. 세 번째는? 무서웠다.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게. 근데 더 무서운 건. 시작 안 하는 거였다. 그때 내가 뭘 했나 지금 생각하면. 별로 안 했다. 빨리 판단하고. 빨리 결정하고. 빨리 정리했다. 감상 안 했다. 미련 안 부렸다. 현실 인정했다. 그게 다였다. 근데 그게. 첫 번째 실패 때 배운 거였다. 2012년 소셜커머스. 그땐 끝까지 버텼다. "다음 달엔 나아질 거야." "투자 하나만 더 받으면." "조금만 더." 결과는 똑같았다. 망했다. 차이는. 정리 과정이었다. 첫 번째: 6개월 질질. 두 번째: 3개월 칼같이. 팀원들한테. 파트너사들한테. 투자사들한테. 빠른 정리가. 최선의 예의였다. 트라우마는 남았다 2021년. 세 번째 창업 시작했다. 헬스케어 B2C. 근데. 의사결정할 때마다. 코로나가 떠올랐다. "갑자기 팬데믹 오면?" "외부 환경 변하면?"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CFO가 묻는다. "왜 이렇게 보수적이세요?" 말 못 한다. 무서워서라고. 마케팅팀이 제안한다. "공격적으로 투자하죠." "아니." 즉답이다. "현금 확보가 먼저야." 틀린 말 아니다. 근데 알아. 이게 트라우마라는 거. 지금도 가끔 새벽 3시. 잠 깰 때 있다. 꿈에서. 대시보드 봤다. 숫자 떨어지는 거. -23%, -31%, -47%. 일어나서. 현재 대시보드 확인한다. +8%, +12%, +5%. 괜찮다. 지금은. 근데 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 그게 창업이니까. 그래서 2017년 O2O. 코로나로 망했을 때. 나는 뭘 했나? 할 수 있는 거 했다. 빨리 인정하고. 빨리 정리하고. 팀원들 챙기고. 근데 솔직히. 충분하지 않았다.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었나? 더 현명한 선택 있었나? 팀원들한테 더 잘해줄 수 있었나? 모르겠다. 그때론 최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족하다. 근데 그게 배움이다. 세 번째 창업. 조금 더 신중하다. 조금 더 보수적이다. 조금 더 두렵다. 그게 성장인지 퇴보인지. 아직 모르겠다. 답은. 5년 후에 안다. 성공하면 성장. 실패하면 퇴보. 간단하다. 마무리하며 코로나는 끝났다. O2O도 끝났다. 그 회사도 끝났다. 근데 나는 안 끝났다. 42살. 세 번째 창업 2년차. 아직 버티고 있다. 이번엔 다르다. 그렇게 믿는다. 근데 2017년에도. 그렇게 믿었다. 차이는 뭔가? 이번엔 안다.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걸.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드나? 더 약하게 만드나? 역시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할 일 한다. 내일 생각은 내일. 그게 다다.두 번 망해봐서 안다. 세 번째는 정말 마지막이다. 근데 그게 나를 신중하게 만드는지, 겁쟁이로 만드는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