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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침대에 누워 경쟁사 분석을 하는 창업가

밤 11시, 침대에 누워 경쟁사 분석을 하는 창업가

밤 11시, 침대에 누워 경쟁사 분석을 하는 창업가 11시 10분 침대에 누웠다. 아내는 이미 잤다. 나는 아이패드를 켰다. 경쟁사 A의 앱스토어 리뷰를 확인한다. 오늘 새 리뷰 37개. 어제는 22개였다. 증가 추세다. "결제가 편해졌어요. 이제 자주 쓸 것 같아요." 이런 댓글이 8개다. 결제 프로세스를 개선했구나. 우리는 아직 3단계다. 2단계로 줄여야 한다. 메모했다. 경쟁사 B는 블로그에 케이스 스터디를 올렸다. 3일 전이다. 읽는다. 1200자. MAU가 15%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했을까. 푸시 알림 개선이라고 한다. 우리 푸시 오픈율은 12%다. 업계 평균은 15%다. 이것도 메모. 시계를 본다. 11시 28분. 아직 이르다.첫 번째 실패 때 2012년이었다. 소셜커머스를 했다. 그때는 경쟁사 분석 같은 거 안 했다. '우리가 제일 잘하지'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32살이었다. 3년 후 폐업했다. 경쟁사들은 살아남았다. 그들이 뭘 했는지 나는 몰랐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두 번째 실패는 달랐다. 2017년 O2O 서비스. 경쟁사 추적은 했다. 근데 코로나가 왔다.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배웠다. 시장을 알아야 산다는 것. 경쟁자의 움직임을 알아야 대응한다는 것. 지금은 세 번째다. 이번엔 안 질 거다. 11시 52분 링크드인을 연다. 경쟁사 직원들 동향을 본다. 경쟁사 C의 마케팅 팀장이 이직했다. 3일 전이다. 어디로 갔을까. 프로필을 확인한다. 스타트업 D로 갔다. CTO 출신이 만든 회사다. 흠. 경쟁사 C가 흔들리나. 마케팅 팀장이 떠났으면 타격이 클 거다. 우리 마케팅 예산을 10% 더 써야 하나. 고민이다. 경쟁사 E는 채용공고를 올렸다. 시니어 개발자 3명. 급하게 키우려나 보다. 시리즈B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확실한가 보다. 우리는 시리즈A 이후 18개월 지났다. 다음 라운드는 내년 상반기다. 그전에 MAU 50만을 찍어야 한다. 지금 32만이다. 6개월에 18만. 가능하다. 가능해야 한다.아내가 깼다 "또 하고 있어?" "응. 조금만." "내일 아침 미팅 있잖아. 8시." "알아." 침묵. 아내가 다시 눕는다. 미안하다. 근데 안 할 수가 없다. 예전 아내는 이해 못 했다. 첫 번째 창업 때다. "왜 집에서까지 일해?"라고 물었다. 나는 답을 못 했다. 그냥 해야 했으니까. 이혼 사유는 여러 가지였다. 근데 그것도 하나였을 거다. 내가 일에 미쳐 있었던 것. 지금 아내는 다르다. 프리랜서라 안다. 일이 생활이 되는 걸. 그래도 걱정한다. 건강을. 나도 안다. 이렇게 사는 게 정상은 아니란 걸. 근데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12시 18분 테크크런치 기사를 읽는다. 헬스케어 섹터 펀딩 트렌드. 올해 3분기까지 120억 달러. 작년 대비 15% 감소. 시장이 식었다. 투자자들이 신중하다. 우리 시리즈B도 쉽지 않을 거다. 근데 경쟁사 F는 받았다. 3주 전. 800만 달러. 어떻게 받았을까. 투자 자료를 구할 수 있을까. 없겠지. 창업가 커뮤니티에 물어볼까. 아니다. 티 난다. "또 경쟁사 신경 쓰네"라고 할 거다. 예전에 한 멘티가 물었다. "대표님은 왜 그렇게 경쟁사를 많이 보세요?" 대답했다. "두 번 망해봐. 그럼 알아." 냉소적으로 들렸을 거다. 근데 진심이었다.강박인가 습관인가 가끔 생각한다. 이게 강박인가. 성공할 때까지 쉴 수 없다는 생각. 경쟁사가 움직이면 우리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하루라도 놓치면 뒤처진다는 생각. 정신과 의사 친구한테 물어봤다. 작년이었다. "그게 강박장애는 아니야. 근데 건강하진 않아." "그럼 뭔데." "생존 본능. 과도하게 발달한." 웃었다. 맞는 말이다. 두 번 실패하면 트라우마가 생긴다. '또 망하면 어쩌지.' 이 생각이 매일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점심 먹을 때. 밤에 누우면. 그래서 확인한다. 경쟁사를. 시장을. 숫자를. 확인하면 안심이 된다. 조금. 12시 47분 슬랙 메시지가 왔다. CTO다. "아직 안 주무세요?" "응. 너도?" "배포 테스트 중이에요. 근데 대표님, 내일 회의 때 경쟁사 B 얘기 하실 거죠?" "어떻게 알았어." "맨날 하시잖아요 ㅋㅋ" 웃었다. 티가 나나 보다. CTO가 또 보냈다. "근데 저도 봤어요. 푸시 개선한 거. 우리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치? 내일 얘기하자." "네. 주무세요. 8시 미팅이요." "알았어." CTO는 28살이다. 첫 창업이다. 실패를 모른다. 그래서 여유롭다. 부럽다. 나도 저랬다. 근데 지금은 못 그런다. 양면성 이 생활이 나쁜 건 아니다. 경쟁사 분석 덕분에 우리가 빨리 움직인 적이 많다. 작년에 경쟁사 A가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나는 3일 후에 팀 회의를 잡았다. 2주 후에 우리도 론칭했다. 결과는 좋았다. 매출이 30% 늘었다. 올해 초에는 경쟁사 C의 UI 개편을 봤다. 그들이 한 실수를 우리는 안 했다. 덕분에 우리 앱 리텐션이 5% 올랐다. 정보는 힘이다. 시장을 아는 것은 무기다. 나는 그걸 안다. 근데 대가도 있다. 수면 시간. 주말. 아내와의 시간. 건강. 지난달 건강검진에서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말했다.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어떻게. 창업하는데. 1시 13분 마지막으로 우리 앱 리뷰를 확인한다. 오늘 새 리뷰 12개. 별점 평균 4.2. 나쁘지 않다. "이 앱 없으면 못 살아요." 이런 댓글 하나. 저장했다. 힘들 때 본다. 아이패드를 끈다. 침대 옆 탁자에 놓는다. 천장을 본다. 어둡다. 내일 할 일을 생각한다. 8시 투자자 미팅. 10시 팀 회의. 2시 파트너사 미팅. 6시 멘티 상담. 경쟁사 얘기를 언제 할까. 10시 회의 때 하자. 푸시 개선, 결제 프로세스, 경쟁사 C의 팀장 이탈. 준비됐다. 눈을 감는다. 이번엔 잠이 안 온다. 늘 그렇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경쟁사가, 숫자가, 리스크가. 42살이다. 세 번째 창업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할 때까지 쉴 수 없다. 그게 강박이든 습관이든. 두 번 망했다. 세 번째는 안 망한다. 그러려면 알아야 한다. 시장을, 경쟁사를, 모든 걸. 그래서 오늘도 밤 11시에 침대에 누워 경쟁사를 분석했다. 내일도 그럴 거다. 모레도. 성공할 때까지.1시 28분. 겨우 잠이 온다. 내일 또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