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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

전처 사이 아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날 때의 마음

전처 사이 아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날 때의 마음

한 달에 한 번, 아들과 토요일 오후 2시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또 그랬다. 스타벅스 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들어가서 앉아 있으면 너무 기다리는 것 같고. 밖에 서 있으면 너무 간절해 보일 것 같고. 결국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창가 자리에 앉는다. 핸드폰을 본다. 2시 18분. 아들은 항상 정각에 온다. 전처가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다.첫 번째 창업 실패하고 이혼했을 때 아들은 7살이었다. 지금 중학교 2학년. 8년. 한 달에 한 번씩 만났다. 96번. 빠진 적은 세 번. 두 번째 회사 망할 때 두 번, 코로나로 한 번. 전처는 말이 없었다. "괜찮아요. 다음에 봐요." 그게 더 미안했다. 2시 정각 문이 열린다. 아들이 들어온다. 182cm. 나보다 크다. 언제 이렇게 컸나. "왔어?" "네." 아직도 존댓말이다. "뭐 마실래?"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아직 중학생인데 커피 마셔도 돼?" "엄마도 마시래요." 엄마.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조금 아프다. 나는 '아빠'인데.주문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요즘 학교는?" "괜찮아요." "성적은?" "그냥요." "친구들이랑은?" "네." 대화가 안 된다. 예전부터 그랬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버지다. 아들의 일상을 모른다. 좋아하는 게임이 뭔지, 어떤 유튜버를 보는지, 요즘 고민이 뭔지. 전처는 알 것이다. 매일 아침 깨우고, 밥 챙겨주고, 숙제 확인하고. 나는 한 달에 한 번 밥 사주는 사람. 회사 이야기를 꺼낸다 "아빠 회사가 요즘 좀 잘 돼가." "네." "이번 달에 투자도 받았어. 30억." "...많이 받으셨네요." 받으셨네요. 이 거리감. "그래. 이번엔 잘될 것 같아. 전에 두 번 실패했잖아. 그때 배운 게 많아서." 아들이 커피를 마신다. 대답이 없다. 나는 왜 회사 이야기를 하는가. 아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다. '아빠가 이번엔 성공할 거야.' '아빠도 괜찮은 사람이야.' '아빠를 자랑스러워해도 돼.' 하지만 아들은 관심이 없다. 당연하다. 7살 때 아빠는 집을 나갔다. "회사가 어려워서 그래." 그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을 것이다.아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가끔 생각한다. 아들의 기준으로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첫 번째: 집을 나간 아버지. 두 번째: 사업 실패한 아버지. 세 번째: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버지. 네 번째: 재혼한 아버지.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친구들 아버지는 매일 집에 온다. 운동회 때 온다. 학부모 상담 때 온다.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전처가 "와도 돼요" 하면 갈 건데. 전처는 말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할 용기도 없다. "아빠가 가도 괜찮을까?" "...별로 오는 학부모 없어요." 거짓말인 걸 안다. 아들은 나를 배려한다. 14살이. 그게 더 미안하다. 성공하면 달라질까 이번 회사가 잘 되면. 시리즈B 받고, 유니콘 되고, 엑싯하면. 아들이 나를 다르게 볼까. '우리 아빠 회사 팔아서 100억 벌었대.' 친구들한테 자랑할까. 그럼 나는 괜찮은 아버지가 될까. 아니다. 그게 아니다. 아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 매일 밤 "잘자" 해주는 아빠다. 숙제 봐주는 아빠다. 학교 행사에 오는 아빠다. 나는 그걸 못 해줬다. 8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못 해줄 것이다. 그 죄책감을 회사 성공으로 메우려는 것이다. 아들한테가 아니라. 내 자신한테. "아빠는 나쁜 아버지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3시 30분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늘 이맘때 헤어진다. "담달에 보자." "네." "연락해." "네." "공부 열심히 하고." "네." 아들이 일어난다. 나도 일어난다. 악수를 한다. 포옹은 안 한다. 언제부터인가 안 했다. 아들이 문을 나간다. 뒷모습이 보인다. 어깨가 넓어졌다. 성인 같다. 나는 자리에 다시 앉는다. 식은 커피를 마신다. 쓰다. 돌아오는 길 차에 탄다. 시동을 건다. 라디오를 끈다. 아들과 해어질 때마다 생각한다. '다음엔 더 잘해야지.' '더 재밌는 이야기를 준비해야지.' '관심사를 물어봐야지.' 하지만 다음 달에도 똑같다. "요즘 어때?" "괜찮아요." 나는 변하지 않는다. 아들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도 변하지 않는다. 8년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회사 성공해도 마찬가지다. 돈 더 벌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버지다. 아들의 일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게 내가 선택한 것이다. 창업을 선택했고. 실패했고. 이혼했고. 재혼했고. 다시 창업했다. 아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저녁 8시 집에 도착한다. 아내가 "어떻게 됐어?" 묻는다. "그냥." "밥은?" "먹고 올게." 밖으로 나간다. 혼자 먹는다. 김치찌개. 핸드폰을 본다. 아들한테서 온 메시지는 없다. 늘 그렇다. 나만 기다린다. 문자를 쓴다. "잘 들어갔어?" 10분 후 답이 온다. "네." 그게 끝이다. 나는 아들한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선택했다. 창업을. 꿈을. 성공을. 아들보다.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회사 성공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어서.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토요일 오후 2시.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반. 그리고 또 한 달을 기다린다.아들은 내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아빠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성공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모순을 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그게 나니까.